[신세돈 칼럼] '제2의 IMF위기'는 오지 않는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외환위기, 나아가 제2의 IMF위기 가능성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IMF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이 30%라고 콕 짚는 학자도 있고 IMF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하는 정치인도 있다. 정치인이나 학자가 국가 위기를 걱정하는 데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년째 국내 성장 부진으로 민생이 극히 어려워졌고 국가부채도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적으로 통상환경도 어둡기만 하다. 주택가격과 생활물가가 폭등하는데 국제적으로 에너지가격이나 광물가격이 크게 불안하다.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출범한 정부는 제2의 IMF를 극복하기 위해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지난 6개월 성공적인 치적을 이루었다고 자부하지만 환율이 매우 불안정해지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외환위기를 우려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아무리 경제금융 환경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1997년 11월에 있었던 IMF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단언할 수 있으므로 공연히 정초부터 불안 분위기를 불러일으킬 일은 아니다. 첫째로 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이 불안하다고 하지만 역사적인 관점에서 보면 2024년이나 2025년 환율변동률이 2018년 하반기나 2022년 중반의 10%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따라서 지금 IMF위기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려면 2018년이나 2022년 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득시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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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잘 기억하다시피 1997년 IMF위기는 외환수급이 어려워 불가피하게 IMF에서 약 160억 달러를 긴급융통하면서 발생한 발작성 경제위기였다. 위기를 발발시킨 근본 원인을 들자면 첫째로 1996년 당시 245억 달러에 달하는 사상 최대 무역적자가 발생했고, 그 위에 둘째로 김영삼 정부의 최대 정책패착이라고 할 세계화정책 강행 과정에서 약 200억 달러에 달하는 준강제적 대외투자가 일어나면서 외환수급이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셋째로 충분할 것으로 여겼던 200억 달러가 넘는 공적 외환보유액이 대부분 부실채권이어서 가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 IMF위기 발생의 핵심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나 일본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족한 외환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IMF에 긴급 유동성을 빌려야만 했고 그 조건으로 제시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결과로 발생한 위기가 IMF위기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이 또다시 IMF 긴급유동성을 조달받아야 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5% 이상의 환율 변동성을 외환위기로 정의한다면 몰라도 공식적으로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경우를 외환위기라고 정의한다면 그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봐도 무방하다.
 
[표.1] 1995,1996년과 2025년(억 달러)
 
  대외자산(A) 한국은행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GDP(B) (A/B,%)
1995 859 327 -102 5863 14.7
1996 1034 332 -245 6312 16.4
2024 10600 4156 990 18754 56.5
2025 11199(Q3) 4280 1018.2(1-11월) 19300 58.0

첫째로 1996년과는 달리 1998년 이후 28년 연속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최근 몇 년 동안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매년 천억 달러 수준에 달하고 있다. 둘째로 한국의 공적 및 사적 외환보유액도 놀라울 정도로 탄탄하다. 한국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공적 외환보유액만 놓고 본다면 명목 GDP의 약 21%인 4200억 달러지만 우리나라 경제 전체의 대외자산 보유액으로 보면 1조1200억 달러(2025년 3분기 기준)에 달하며 이는 GDP의 58%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여기에다 캐나다, 중국, 아세안 등 외국 중앙은행과 맺어둔 스와프계약,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보유하고 있는 외화자산, 위급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서 차입할 수 있는 신용, 그리고 교민들로부터 가용할 수 있는 외화자산을 다 감안한다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가동할 수 있는 외환규모는 2조 달러가 훨씬 넘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1998년 같이 IMF로부터 공적인 긴급 유동성을 차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 국가부채율이 50%를 넘어섰고 조만간 6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점은 분명히 경계해야만 할 요소이다. 그러나 단순히 60%선을 넘었다고 외국투자가들이 한국국고채를 새로 매입하지 않거나 혹은 기존 매입한 한국국고채를 내다 팔면서 ‘자동적, 기계적’으로 국가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일은 이미 60%를 넘었고 미국은 100%에 근접했으며 일본은 200%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그 나라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제2의 IMF위기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금융시장, 특히 외환시장이 지속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1]에서 보듯이 2024년 이후 원-달러 환율은 크게 요동쳤다. 2024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 요동을 친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한국은행의 선제적 기준금리 인하 선포 때문이다. 2023년 1월 이후 20개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 11일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25bp인하 (3.50%에서 3.25%)하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내릴 것이라고 ‘인하예고(forward guidance)’ 하였다. 당시 정부도 부진한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노골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이고 암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결과는 대내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급등시켰고 대외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을 10월 11일 달러당 1349원에서 2024년 12월 30일 1474원까지 폭등시킨 것이다. 둘째로는 한미관세협상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3500억 달러 대미투자가 환율시장에 불안을 초래한 이유는 명백하다. 향후 10년 동안 매년 2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투자 자금조달이 외환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달러 수요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달러화 강세현상을 지속적으로 부추길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밝힌 대로 200억 달러 투자자금은 외환시장에서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은행,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등 주요 해외투자기관들의 투자수익금에서 대부분 조달되는 것이므로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또한 2024년의 경우 국내투자기관들의 해외증권투자 규모가 약 800억 달러, 그리고 해외 직접투자규모가 480억 달러여서 연간 거의 1300억 달러의 민간 해외투자가 유입되는 것을 감안할 때 연간 200억 달러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다. 셋째로는 엔-달러 환율과의 동조현상 때문이다. 2024년 1월 이후의 엔화와 원화의 환율 움직임을 보면 동조화 현상이 매우 뚜렷하다. 엔화 환율이 오를 때(엔화 약세) 원화 환율도 올랐고 엔화 환율이 내려갈 때(엔화 강세) 원화 환율도 내렸다. 2025년 가을 이후에는 엔화도 원화도 모두 환율이 오르고 있고 상승폭도 거의 동일하다.
 
이 세 가지 요인으로 볼 때, 2026년 환율은 2025년보다는 크게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환율불안정과 부동산 가격불안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설사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은 이미 미국보다 금리가 낮기 때문에 더 내릴 여지가 별로 없다. 게다가 대미 관세협상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가라앉았고 특히 2026년 중 일본은행은 50bp 혹은 그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만약 일본 엔화 환율이 달러당 150엔 이하로 내려간다면 원-달러 환율도 1400원 혹은 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만약 관세효과로 인해 미국의 성장률이 OECD가 예측한 대로 1%대로 추락하고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공화당이 패한다면 엔화는 달러당 130엔대 중반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달러당 1500원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하여 어려운 경제를 더 혼란하게 만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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