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에 금감원 '정정요구'

  • 현대백화점그룹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이행 점검"

자료한국신용평가
[자료=한국신용평가]

금융감독원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통해 현대홈쇼핑을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다'는 개정 상법 취지에 걸맞은 논의가 미흡하다고 판단, 현대백화점그룹 측에 정정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 사례는 금융당국이 1차 개정 상법의 핵심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이행 여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는 첫번째 케이스다. 
 
금감원 개정상법 이행 점검 첫 사례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제출한 현대홈쇼핑과의 포괄적 주식 교환 관련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정정 요구 사유는 개정 상법 취지에 부합하는 절차 이행 여부를 보다 명확히 기재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주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일원화하기 위해 중간지주사 역할을 해온 현대홈쇼핑을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100%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6.357로 기존 현대홈쇼핑 주주들은 보통주 1주당 현대지에프홀딩스 보통주 6.357주를 교환해 받게 된다. 해당 내용은 오는 4월 20일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안건이 통과되면 6월 30일 주식교환이 이뤄지고 7월 20일 현대홈쇼핑은 상장 폐지된다. 201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이후 16년 만이다.

금감원은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담은 증권신고서 내용이 법무부의 1차 개정 상법 가이드라인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1차 상법 개정안 중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다'는 조항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이 전형적으로 문제되는 거래유형으로 꼽히는 계열회사 간 합병의 경우 합병가액의 적정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특별위원회 자문, 독립적 외부전문가 검토를 활용해야 한다. 또 복수의 자문기관을 선임하고 이사회 의견서에 합병 관련 고려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이에 맞춰 현대홈쇼핑은 2025년 8월 6일과 같은해 11월 5일, 올해 2월 3일 각각 특별위원회를 개최해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외부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수용하고 논의했다고 밝혔다. 또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교환 과정에서 530억원 규모의 현대홈쇼핑 자사주 전량(79만2250주)을 소각할 계획을 세웠다. 주식 교환 비율 역시 양사의 특별위원회 논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별위원회는 사외이사인 임경구 세무법인 케이파트너스 회장,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 교수, 최승순 법무법인 최앤박 대표변호사 3인으로 구성됐다. 
 
"일반주주 의견 반영" 현미경 점검
현대홈쇼핑 측은 이처럼 꼼꼼히 개정 상법 취지를 이행했다고 설명했지만, 금감원은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고 봤다. 특별위에서 일반주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소액주주의 불이익이 없도록 어떤 논의를 했는지가 모호하다는 게 금감원의 지적이다. 금감원은 특별위를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특별위의 논의가 개정 상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했는지 세부적인 사항까지 실질적으로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무부 가이드라인에서 특별위를 설치하라고 한 취지는 주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라는 것"이라며 "특별위에서 주주의 피해가 없는지에 관한 구체적 논의가 있었는지, 만약 논의했다면 왜 증권신고서에 기재를 안했는지 등을 살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의 사업적 판단과 별개로 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장치가 작동했는지 점검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이번 정정요구를 최대한 빨리 이행해 지배구조 개편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증권신고서 정정은 통상적으로도 한 두 차례 진행하는 절차로, 이번 금감원의 정정 요구사항 역시 당사가 추진 중인 포괄적 주식 교환의 전반적인 진행과정과 주주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자세한 기술을 요구하는 내용이어서 이에 대해 상세히 기재해 정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괄적 주식교환 발표 후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현대홈쇼핑 주가가 크게 오르는 등 시장의 반응이 상당히 긍정적이어서 앞으로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감원의 정정요구가 현대백화점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뒤흔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사안이 향후 상장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감독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법무부 가이드라인의 취지에 맞게 특별위원회 논의 목적과 경과, 판단 근거가 충실히 기재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정정 요구는 개정 상법의 실질적 안착을 유도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동시에 기업 입장에선 개정 상법에 맞춰 절차적 하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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