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고점에 근접했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이에 증시 급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증권사 신용거래가 중단됐고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전 고점에 근접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큰 신용거래 규모와 지수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0조4617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7609억원) 대비 2조7008억원(34.80%)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11일 10조111억원으로 10조원을 돌파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 14일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10조원 돌파 이후에도 '빚투' 규모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올해는 물론 예년 대비로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전 고점에 근접했다는 건 증시가 단기 고점이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잔액이 늘어난 상황에서 단기 조정이 찾아오면 빚으로 산 주식들이 담보비율 하회로 인해 연쇄적으로 반대매매를 당하며 지수가 급락할 수 있다.
지난해에는 10조원 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을 바탕으로 1분기 900선을 유지했던 코스닥은 같은 해 6월 15일 잔액이 9조원대로 줄어들었을 당시 799.41로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하락세인 점도 신용거래융자 잔액 급감과 반대매매를 야기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4일 올 들어 처음으로 종가 기준 900을 돌파한 코스닥은 지난 17일 909.50을 고점을 기록한 후 하락 전환했다. 지난 20일에는 2.58%(23.49포인트) 내린 885.71로, 21일에는 1.91%(16.89포인트) 내린 868.82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거래융자 제한으로 수급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지수 약세가 지속되면 담보비율을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반대매매로 출회될 수 있다"며 "증시 과열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변동성에 따라 코스닥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를 연이어 중단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초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인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공여 한도 관리 차원에서 신규 취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 신용융자 신규 매수와 예탁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를 일시 중단한 것은 올 들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공지문에서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됨에 따라 별도 공지 시까지 신용융자를 활용한 신규 매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별도 기준 자기자본 대비 100% 이내에서만 가능하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투자증권 자기자본은 6조5528억원이다.
앞서 국내 증시가 고점을 찍은 후 하락했던 2021년 9월에도 대형 증권사 다수가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수 개인투자자가 이용하는 한국투자증권이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함에 따라 신용 수요가 다른 증권사로 퍼져나갈 수 있다"며 "신용 수요 강세가 이어지면 다른 증권사들도 연쇄적으로 신용거래융자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는 대다수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 취급 중단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개 대형 증권사의 별도 기준 자기자본 총합은 56조824억원에 달한다. 지난 2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20조2863억원임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 신용공여 여력이 있는 셈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기 어렵지만 자사는 신용거래융자 수준이 아직 자기자본 대비 20% 수준에 불과하다"며 "당분간 신용거래융자 취급 중단을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귀띔했다.
B증권사 관계자도 "아직 내부적으로 신용거래융자 취급 중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자기자본 한도가 넉넉하게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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