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 시대] 가격인상에도 잘나가는 명품 vs 가성비 패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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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3-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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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핑 소비 양극화 현상…가치소비에 기인한 소비행태 변화

[그래픽=아주경제]

쇼핑 시장에서 명품과 가성비 제품을 찾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소비 양극화는 MZ세대가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MZ세대를 대표하는 소비트렌드는 '가치소비'다. 가치소비는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고가의 명품을 선뜻 구입하는 동시에 대체재가 많은 일상복의 경우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행태다. 

소비 양극화를 부추기는 가치소비에 준명품으로 불리는 매스티지 브랜드의 입지가 위축됐다. 초고가와 저가형 브랜드만 살아남는 구조가 자리잡은 셈이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가 고금리와 고물가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1년에 여러 차례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줄지 않고 매장 앞 오픈런 행렬은 더 길어졌다.

샤넬은 지난해 네 차례, 루이비통은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에르메스는 지난 1월 4일 주요 제품 가격을 5~10% 대폭 올렸다. 덕분에 지난해 '에루샤'의 실적이 나란히 두 자릿수 신장으로 이어졌다. 작년 에르메스코리아 매출은 650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25% 증가했고, 루이비통코리아 매출은 1조6923억원으로 전년보다 15.27% 늘었다. 샤넬코리아 매출은 1조5913억원으로 전년보다 무려 30.03% 급증했다. 

명품 브랜드 중에서도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는 가격이 오를수록 품귀현상을 빚는다. 그중에서도 '샤넬'은 변하지 않는 디자인으로 고전 명품의 대명사로 불린다. 샤넬 주요 품목은 가격이 치솟아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 만큼 인기다.

샤넬은 지난해 11월 가격 인상 이후 3개월 만인 올해 3월 또다시 가격을 올렸다. 이번 인상으로 클래식 플랩백 스몰은 1237만원에서 1311만원으로 6% 올랐다.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은 1316만원에서 1367만원으로, 클래식 플랩백 라지는 1420만원에서 1480만원으로 조정했다. 2020년 말 1000만원을 넘어선 클래식백 가격은 매년 천정부지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

특히 샤넬은 '샤테크(샤넬백을 정가에 구매해 차액을 남겨 판매하는 재테크 방식)'라는 말을 양산하며 리셀(되팔이)족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동일한 디자인의 제품이 가격만 오르기에 가능한 일이다. 

명품 거래 전문기업 구구스는 지난 2월 샤넬 제품의 중고 판매액이 20% 이상 증가했음에도 중고 거래량이 전월 대비 15%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구구스에서 금액 기준으로 중고 거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브랜드 비중은 샤넬과 에르메스가 공동 1위였고, 롤렉스(11.7%), 루이비통(7.0%), 까르띠에(5.9%) 순이었다.

게다가 샤넬은 2021년 10월 인기 품목인 클래식 플랩백과 코코핸들 두 제품을 1인당 1개씩만 살 수 있도록 구매 제한 조치를 단행했다. 시장에 풀리는 공급 수량을 제한해 희소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또한 샤넬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 중고 거래도 늘어난다. 구구스는 지난해 처음 가격 인상이 있었던 3월에도 전월인 2월과 비교했을 때, 샤넬 제품의 판매 개수는 약 9%, 판매액 또한 약 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샤테크 트렌드를 주도한 MZ세대의 소비패턴을 분석해보면 명품의 매출 상승 이면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패션 브랜드가 뜨는 양상을 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 양극화로 쇼핑몰, 브랜드 등 중저가 의류를 모두 판매하고 있는 패션 플랫폼의 1분기 거래액이 늘고 있다"면서 "금액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면서도 트렌디하게 입을 수 있는 소호 쇼핑몰 상품, 중저가 SPA 브랜드 상품 등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앞으로도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중적인 고가 브랜드였던 MCM과 루이까또즈 등 매스티지 브랜드의 인기가 시들한 틈을 타 SPA 등 중저가 브랜드 의류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여성복 시장에서는 중저가 의류를 판매하는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의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15% 늘었다. 이랜드의 여성 SPA 브랜드 미쏘(MIXXO) 역시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랜드 대표 SPA 브랜드 스파오도 전년 대비 30% 성장했다.

지난해 무신사가 가성비를 앞세워 제작한 PB(자체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 역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데님(120.2%), 스커트(137%), 슈즈(259.1%) 등이 높은 성과를 보였으며, 우먼즈 판매 금액은 110% 급증했다.

지난해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80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2.5% 늘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3% 증가한 7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가치소비에 따라 일상적인 제품은 가성비를 따져서 구매하는 동시에 최고가의 명품을 소비하면서 자기가 속할 수 없는 높은 계층이 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면서 "남들에 대한 인정욕구가 크고 체면문화가 소비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고물가에 저렴한 제품을 찾는 동시에 명품을 소비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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