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글의 독자적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 불편···일방적 갑질 견제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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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4-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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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엔진을 기존 구글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빙(Bing)'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검토 단계일 뿐이라며 교체를 검토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닫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독자적인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협력 관계였던 삼성전자와 또 다른 경쟁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에 대항하는 협력자로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했던 두 회사가 경쟁자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면서 강력한 협력 관계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검색엔진 변경 검토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협력자였던 구글과의 관계를 고려해 특별한 메시지를 공개하지 않고 일단 침묵하기로 한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구글 내부 메시지를 인용해 삼성에서 지난달 검색엔진을 빙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구글 내부에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에 국내외 전자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협력자였던 두 기업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구글과 삼성전자의 기본 검색엔진 계약 연간 매출 규모는 30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담당하는 구글과 함께 애플 아이폰 시리즈와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하드웨어 기반이 없던 구글이 삼성전자와 손을 잡고 모바일 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갔고 자체 OS가 취약했던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통해 아이폰과 경쟁할 발판을 마련했던 셈이다.

문제는 최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줬던 완벽한 궁합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구글은 지난해 5월 보급형 스마트폰 '픽셀6A'와 스마트워치 '픽셀워치', 무선이어폰 '픽셀버즈프로', 태블릿 '픽셀태블릿', 증강현실(AR) 안경 '스마트글래스' 등을 공개했다. 그동안 스마트폰만 출시하던 구글은 하드웨어 제품군을 늘리면서 '픽셀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한다는 목표를 선언했다.

이는 다수의 하드웨어 생태계를 갖춘 협력사 삼성전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했다. 실제 구글은 하드웨어 시장에서 동일한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구글의 격차가 상당히 컸기에 마찰이 심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신규 시장인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구글 간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 관계에서 구글이 삼성전자에 갑질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띈다. 2021년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구글이 삼성전자 등에 안드로이드 변형 OS를 탑재한 기기를 생산하지 못하게 하고 이와 관련된 개발 활동도 일절 금지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실제 삼성전자는 2013년 스마트 시계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면서 인텔 등과 제휴해 안드로이드를 시계용에 맞게 변형한 웨어러블 전용 OS를 개발해 탑재했다. 하지만 구글이 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해당 OS를 갤럭시 기어에 적용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에 대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금지한 구글이 스스로 하드웨어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이 같은 이유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단번에 구글과 협력 관계를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이 구축한 안드로이드 생태계가 워낙 크고 방대한 수준이라 MS가 쉽게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구글에 끌려다니기보다 상황 변화를 위해 OS 변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정말로 OS 변경을 단행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변화가 필요하기에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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