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정당 현수막 제거 팔 걷어부친 유정복 인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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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웅 기자
입력 2023-03-1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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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수막 청정도시 인천' 표방 조례 개정 나서

  •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 제정 취지 위반

  • 정치인만의 무차별적 특권이자 정치혐오 유발

  • 환경정의에 역행 '정치공해' 비판법 개정 피력

길거리에 무분별하게 걸린 정당현수막 모습 [사진=강대웅 기자]

최근 이슈화 되고 있는 거리의 ‘정치인 현수막’이 난립하게 된 데는 국회의원의 책임이 제일 크다. 게시 정치인도 정치인이지만 무소불위(無所不爲) ‘현수막 법’을 만든 곳이 다름 아닌 국회이기 때문이다. 여야가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현수막이 경쟁적으로 내걸리게 된 것도 모두 법 뒤에 숨어 혹세무민(惑世誣民)하는 정치인이 원죄라는 국민의 빈정거림도 그래서 나온다.
 
지난해 12월 국회는 옥외광고물법을 바꿨다. 더불어민주당 3명이 대표 발의한 내용의 법을 다수의 찬성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통과된 이 법은 정당 현수막의 수량·규격·장소부터 신고·허가 절차까지 모든 제한을 없애버렸다.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아 지정게시대에만 걸어야 하는 일반 현수막과는 태생부터 다르게 한 것이다.
 
덕분에 정당 현수막이 아무 곳에나 15일간 자유롭게 걸릴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 꼴이 됐다. 내용도 ‘통상적 정당 활동’이란 모호한 범주로 규정해 사실상 아무 문구나 마음대로 내걸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지자체가 임의로 철거를 못 하도록 ‘단속불가’ 조항도 넣었다. 애초 법 개정 취지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거였다.
 
정당법이 정치적 홍보활동을 보장했는데, 왜 옥외광고물법이 이를 규제하느냐는 지적이 있어서였다. 본질은 이런데 막상 법을 시행하고 보니 ‘아니올시다’다. 그리고 석 달 만에 거리 곳곳을 정치 현수막 공해로 가득한 이 모양으로 만들어 버렸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머리 좋은 정치인’이 된다는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애초 정당 현수막은 거리 미관을 해치고 운전자 시야 방해와 사고위험을 가중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여기에 더해 거리의 무법자며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다. 철 지난 현수막도 아니고 때마다 바뀌는 현수막인데 국민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나게 한다.
 
법 만드는 기관이라고 자신들 입맛에 맞게 법을 고쳐 현수막을 통해 국민들을 오도하기 까지 해 서다. 현수막 문구도 정치적 비판·사상논쟁·편가름·자화자찬 등 선정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최근엔 ‘척결’ ‘탄핵’ ‘깡패’ ‘감옥’ ‘매국노’ ‘이완용 부활’ 같은 자극적 어휘도 등장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다. 학교 앞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검사 아빠 찬스’ ‘검사독재 정권’이라는 조롱과 인신공격형 악담이 포함된 선정적 현수막도 제재없이 걸린다. 학생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씩 도로 곳곳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보는 시민들은 ‘소리 없는 전쟁터’라는 표현을 쓸 정도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공해도 이런 공해가 없다는 탄식도 나온다. 하지만 더 기가 찬 것은 정당 현수막 제작비용이 정치자금법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애물단지를 세금으로 만드는 셈이니 이런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라는 게 중론이다.
 
급기야 광역자치단체들이 관내에 무분별하게 게게된 정당현수막 정화에 나섰다. 그중 인천시가 가장 적극적으로 법령 개정 등 대책 마련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정치 현수막을 두고 “정치공해”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유 시장은 지난 13일 자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주경제 2023년 3월 14일자 보도) 정당 현수막 정비 대책 마련과 현재의 옥외광고물 법령 개정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인천시는 즉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현수막 청정도시 인천’을 표방하고 조례 개정도 검토 중이다. 또 횡단보도·신호등 기둥·어린이보호구역 20m 이내 현수막 설치 금지, 현수막 크기(가로 6m·세로 70∼80㎝) 규정, 게시 위치 높이 3m 이상, 표시사항 글자 크기 가로 10㎝·세로 10㎝·두께 1㎝ 제한, 동별 설치 개수 규정 등을 담은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당 현수막 지정 게시대 설치 등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유정복 시장도 나서고 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인천시당에 정당 현수막의 무분별한 게재에 대한 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유 시장을 정당 현수막이 사전 선거 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과 옥외광고물법 제정 취지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4일 행안부와 전국 광역자치단체 관계자 간 회의에서 시는 법령 개정을 건의했다. 16일에는 현수막 청정도시 인천 태스크포스팀 첫 회의를 열고 개선방안 마련과 조례 개정 등을 논의한다. 정치인만의 무차별적 특권이자 비방 등으로 정치혐오를 가중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환경정의에 역행하는 '정치공해'라고도 비판 중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정치인들 입맛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란 비난과 함께 정당 현수막 폐지에 나서고 있는 유 시장의 의지가 어느 정도 결실을 거둘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유 시장의 대처에 인천 시민들은 전폭적인 지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전국적인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며 차제에 국회의 법 개정까지 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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