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뱅크런 여파 가상화폐·스타트업으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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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3-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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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불똥이 스타트업과 가상화폐 업계로 튀고 있다. SVB와 거래를 해온 스타트업들은 돈줄이 완전히 막히면서 당장 급여를 마련하는 것부터 여의찮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한 투자 상품으로 꼽혔던 스테이블코인 가치 역시 1달러 밑으로 급락하며 자금 이탈에 불이 붙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SVB 파산으로 수많은 스타트업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VB는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절반을 고객으로 두고 있을 정도로 실리콘밸리 생태계에서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수많은 스타트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투자자 다수에게 관련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개리 탄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것(SVB 파산)은 스타트업 업계에는 종말 수준의 사건으로, 혁신을 10년 이상 후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면 내일의 구글과 페이스북 등 모든 소규모 스타트업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SVB가 순손실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발표한 후 스타트업들은 자금을 JP모건 등 대형 은행으로 옮기기 위해 서둘렀으나 뱅크런 사태에 발이 묶였다.
 
스타트업 줄도산 가능성도 커진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SVB가 보유한 미국 국내 예금은 173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1510억 달러가 예금 보호를 받지 못한다.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넘지 않으면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으나 대다수 고객이 맡긴 예금은 해당 한도를 벗어난다. SVB와 거래했던 스타트업들은 한순간에 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SVB 파산 여파는 스타트업계 너머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2017년에 상장된 24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스트리밍 하드웨어 업체인 로쿠는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 중 약 26%인 4억8700만 달러(약 6440억원)가 SVB에 예치돼 있다고 밝혔다. 자금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가상화폐업계의 자금 이탈이 뱅크런으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세계 주요 스테이블코인 중 하나인 USD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은 33억 달러가 SVB에 묶여 있다고 밝혔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USDC는 이날 장 중 한때 가치가 87센트 아래로 떨어지는 등 1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가치가 1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달러 페그제가 무너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도 이날 90센트에 거래되며 1달러가 붕괴됐다.
 
투자자들이 준비금 부족 우려에 USDC를 대거 내다 팔면 가상화폐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결국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이 인출될 수 있다. SVB 파산이 스테이블코인 급락으로, 그리고 이것이 다시 뱅크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중 둘째로 큰 USDC는 420억 달러가 유통돼 있는 등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약 1300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 블랙록과 뉴욕멜론은행은 서클에 약 8억5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 규제 기관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O)에 몸담았던 찰리 쿠퍼는 “압력을 받는 것은 가상화폐 자체만이 아니다”며 “가상화폐업계를 지원하는 은행 역시 실패하고 있다”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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