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문어의 꿈을 부른 안예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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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3-04-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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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의 꿈'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그가 이번에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담아냈다. 그의 곡 '죽음에 관한 4분 15초 이야기'라는 제목처럼 삶이 4분 15초만 남는다면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사진=김호이 기자]

 
Q. 쉽게 쓴 이야기의 의미가 궁금해요. 
A. 작업을 촉박하게 진행한 앨범예요. 원래 작업할 때는 세계관을 만들거나 한 주제에 대해 오래 조사해 쓰기 때문에 사전 조사 기간이 길어요. 근데 이번에는 그럴 시간이 없어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많이 넣었어요. 사전 조사 없이 곡을 빨리 쓰기 시작했거든요. 근데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원래 만들던 음악보다 쉽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그래서 오히려 이게 쉽게 쓴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 싶어 쉽게 쓴 이야기로 짓게 됐어요.
 
Q. 안예은의 세계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비현실적인 얘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취향이 작업물에도 많이 반영돼요. 오컬트 적이거나 신화적인 것들이 배경이 되는 세계관 같아요.
 
Q. 죽음에 대한 자전적인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곡이 많아요. 이전 앨범인 '섬에서 섬으로'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살짝 벗어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그렇죠. 이전 앨범은 "안했던 걸 해야 된다"는 강박이 지금보다 심했어요. 그래서 아예 한 세계관에서 이어지는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쉽게 쓴 이야기'는 그런 걸 만들 시간이 없어서 스스로의 얘기를 더 많이 했고 그런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만약 4분 15초 뒤에 죽음이 찾아온다면 무엇을 하실 건가요? 
A. 저는 술을 마실 것 같아요. 현재 32살인데 엄청나게 많이 산 건 아니지만, 20대 때는 엄청 많이 마셨어요. 실제로 술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마시지도 않고 많이 절제하고 있어요. 고삐가 풀리면 안된다는 걸 30살때쯤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죽음까지 4분 15초만 남게 된다면 아무 생각 없이 마셔도 되지 않을까요.
 

[사진=김호이 기자]


Q.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나요?
A. 모든 이가 원하는 꿈 같은데요. 편하게 죽음을 맞이하면 좋지 않을까요. 병 들어 아파 죽고 싶지는 않아요. 그저 편안하게요.

Q. 바라는 마지막 장면, 죽음의 모습이 있을까요?
A. 이번 타이틀 곡에 제가 생각하는 죽음의 모습을 담았어요.

Q. 노래를 들으면 목소리에 힘이 느껴져요. 안예은의 음악을 들으면 위로가 된다는 말도 있고요. 그렇다면 반대로 누군가의 목소리로 삶이 바뀔 만큼 힘을 얻었던 적이 있나요? 
A. 송은이와 김숙 선배님이 발표한 곡 중에 '3도'라는 노래가 있어요. 뮤직비디오를 보면 처음에 젊은 모습으로 시작해 마지막엔 할머니 분장으로 관에 눕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그걸 보고 저렇게 늙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어요. 그때가 삶에 대한 미련이 없었을 때였거든요. 그래서 두 분이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Q. 예은님의 노래를 듣다 보면 국악 느낌도 들더라고요.
A. 국악에 관심은 있지만, 배운 적도 없기에 잘 모른다고 늘 대답해왔어요. 근데 생각해보니 저는 어렸을 때 사극을 좋아했어요. 또 책이나 드라마를 볼 때도 사극 말투를 좋아했죠. 따라서 제 취향이 발현된 게 아닐까 생각돼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사진= 김호이 기자]

 
Q. 안예은에게 노래를 잘한다는 기준은 뭔가요?  
A. 저는 중간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이 노래를 잘하는 사람 같아요. 제가 중간 소리를 못 내거든요. 저는 노래를 어렵게 쓰다 보니 제가 써 놓고 노래를 못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해 한 달 반정도 배워요. 제가 기술적으로 중간 소리를 잘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쉽게 하는 사람들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안예은이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Q. 안예은을 가장 잘 표현한 노래는 뭔가요?  
A. '창귀'요. 제일 재밌게 작업했고, 제 취향이 들어간 노래이기도 해요. '창귀'나 '쥐'도 그랬고 이번 앨범에선 '잔'에 제 색깔이 제일 많이 들어 있어요.

Q. 문어의 꿈에서 문어 색깔이 상황에 따라 바뀌잖아요. 지금 이 순간, 안예은은 무슨 색인가요?
A. 하얀색이요. 직업인으로서의 안예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는 안예은, 방송에서 말을 많이 하는 안예은 등 다 제각각이거든요. 따라서 지금은 대인관계와 업무 중간에 있는 느낌이라 무엇과도 잘 섞이는 하얀색 같아요.

Q. 직접 쓰신 단편소설집 이후 차기작 출간 계획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앨범에 짧은 소설이 들어갈 여지가 있을까요? 
A. 앨범 '섬에서 섬으로'에서 무거운 동화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를 쓴 적이 있어요. 정규 2집에 단편 소설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요. 9곡의 제목에 따라 짧은 글을 썼죠. 아직 당장 차기작 출간 계획은 없지만, 연륜과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 언젠가 다음 작품을 쓰지 않을까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왼쪽)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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