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中 공장 철수 압박 가중···印·동남아로 이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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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2-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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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압박에 中공장 투자·설비확대 불가

  • 수십조 매몰비용 中공장 철수 쉽지않아

  • 업계, 美 대한 정부 적극 외교전략 촉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이 28일(현지시간) 반도체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함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적용돼 중국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와 생산 증대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선택에 따라서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인도나 동남아 등을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워싱턴DC 조지타운대 강연에서 "28일부터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고 말했다. 작년 8월 공표된 반도체지원법은 반도체 기업에 대해 미국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 보조금(390억 달러)과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 달러) 등에 5년간 총 527억 달러에 달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이번에 신청을 받는 보조금은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주는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다. R&D 지원금은 수개월 내에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150억 달러(약 19조5000억원)를 투자해 첨단 패키징 공장과 R&D 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 중 미국에 반도체 공장 설립에 투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조금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보조금에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이번 보조금 지급을 기회로 '반도체 중국 생산 제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 7일 미국 기술이 사용된 모든 반도체 기술과 장비에 대해 미국 상무부 허가 없는 중국 수출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당시 1년간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금지 유예를 받았고 현재 미국 측과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하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와중에 미국 행정부는 한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수준 제한 조치’를 추가할 것임을 강조했다. 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담당 차관은 23일(현지시간) 한미경제안보포럼에서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1년 유예 기간이 끝나면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기술 수준 이하 반도체에만 중국 생산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받아 생산거점 확대에 나서야 하는 우리 기업들은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과 관계, 첨단 제품 생산, 설비 투자 등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다만 미국에 반도체 원천기술과 첨단 장비 대부분을 의존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 성숙도가 낮은 공정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 공장을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아직 미국 측 가드레일 상세 사항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18㎚(나노미터) 이하 D램과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을 규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설비 업그레이드 없이 해외에서 저기술 제품을 계속 생산·판매한다는 것은 한계가 분명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더 많다. 저기술 제품은 중국 기업들도 금방 생산할 수 있어 국내 기업 장점인 기술 격차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내 기업이 중국에서 중장기적으로 철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도를 공급망 문제와 기술 탈취 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꼽고 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초도 물량을 생산한 사례를 놓고 반도체 생산 시설 이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또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도 향후 성장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중국 대신 집중 공략할 만한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미 수십조 원을 투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철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공장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정교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조금 혜택도 받고, 중국의 생산 시설에 가드레일 예외를 허용받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가장 좋다"며 "아직 구체적인 요건이 나온 것이 아니니 정부가 그전에 미국과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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