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돈잔치' 맹비난에…대출금리 인하 골몰하는 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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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2-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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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내부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내 주요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일제히 팔을 걷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고금리 기조 속에 역대급 실적을 시현한 은행권을 향해 '돈 잔치·약탈적 영업'이라며 연일 맹비난에 나서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권이 적극적인 금리 인하 움직임을 통해 악화된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금리를 최대 0.70%포인트 인하했다. 이에 따라 카뱅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최저 금리는 모두 4%대(연 4.286%, 연 4.547%)로 낮아졌다. 해당 은행은 또 기존 2억5000만원이던 신용대출 최대 한도를 5000억원 증액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마이너스통장 한도 역시 최대 2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높였다.

카뱅 측은 "금리 인상기에 고객들에게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고 폭넓은 금융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 상품에 우대금리 0.45%포인트,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 상품에 우대금리 0.20%포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연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연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다.

여타 은행들도 대출금리 인하를 예고하거나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상품별로는 KB주택담보대출(신잔액코픽스 기준)이 최대 0.35%포인트, KB주택전세자금대출과 KB전세금안심대출, KB플러스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최대 0.55%포인트 낮아진다.

국민은행의 이번 대출금리 인하는 두 달간 세 번에 걸쳐 단행하는 것이다. 해당 은행은 작년 12월 말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5%포인트 낮췄고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최대 1.05%포인트, 1.30%포인트 내렸다. 국민은행 측은 "고금리 장기화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해 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실효성 큰 지원책으로 또다시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여타 은행들도 현재 대출금리 인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이 직접 '은행권 때리기'에 나서면서 악화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은행에 대해 '공공재적 성격'과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언급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에게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 영업 행태에 대해 ‘약탈적’이라고 표현하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는 금리 인상기에 가계가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내린 결정이기도 하지만 최근 은행권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정부 질타에 대한 대응인 측면도 있다"며 "영업 행태부터 지배구조까지 전방위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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