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새 사장 선임에 잡음…노조 "차라리 모피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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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영 기자
입력 2023-02-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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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호 금융硏 실장 윤 대통령 캠프 출신"

  • 업무 관련 없는 낙하산 인사 내정설에 반발

  • 예결원 사장 매번 낙하산 관습 자체도 문제

예탁결제원 노조가 신임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내정설'에 반발하며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장수영 기자]

예탁결제원의 새 사장 선임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내정설'이 나오는 데다 노조 역시 이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이 지속될 모양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 노조는 이날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장 내정설에 휩싸인 이순호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의 사장 지원 철회와 사장직 재공모를 요구했다. 현장엔 약 100명이 참석했다.
 
노조는 "은행법 전문가인 데다 행정 경험이 없고 인사·예산 한번 다루지 못한 팀장급 연구원이 23대 사장으로 내정받았다"며 "도대체 예탁결제원을 뭘로 보고 팀장급 연구원을 사장으로 내정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해문 예탁결제원 노조위원장은 "2주 전 금융위를 찾아가 대화를 신청했다"면서 "차라리 자본시장 잘 아는 모피아를 받을 테니 사장 내정자는 도저히 못 받겠다고 말하고 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관, 대외 업무 추진력이 있고 조직과 직원들의 외풍막이가 될 수 있는 낙하산이라면 받겠다는 게 직원들의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예탁결제원 새 사장 선임은 내정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실장은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총괄한 경제 분야 싱크탱크 구성원으로 활동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비상임 자문위원을 맡았다. 김 부위원장과 이 실장은 대학 동기 사이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노조는 이 실장이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를 맡았던 점도 문제로 삼고 있다. 노조 측은 "NH투자증권은 펀드 사무관리사인 예탁결제원을 상대로 수백억원의 옵티머스펀드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해 현재 1심을 진행 중"이라며 "원고 측과 관련된 사외이사가 소송하고 있는 피고 쪽 대표이사로 오겠다는 건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역대 예탁결제원 사장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등 '관(官)' 출신이 맡아왔다. 내부 출신이 사장에 오른 사례는 없었다. 역대 사장 중 순수 민간 출신 인사도 한 자릿수에 그친다. 억대 연봉과 3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등 관료 출신들에겐 매력적인 자리다. 2013년부터는 세 번 연속 금융위 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지난해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사장 선임은 여전히 금융위의 승인을 받는 구조다.
 
기존에도 사장 선임 때마다 '관피아'에 반대하는 노조의 의견은 적지 않았다. 이번엔 관 출신이 아닌 예상 밖의 대선 캠프 인물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소식에 노조의 반발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 실장은 은행과 정책금융, 디지털 혁신 등을 전공해 예탁결제원 업무와 직접 연관성은 없다. 예탁결제원은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의 예탁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예결원 임원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 신임 사장 후보 3인에 대한 면접 심사를 진행하고, 28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후보자 1명을 추천할 예정이다. 후보자 면접에는 이 실장을 비롯해 박철영 예탁결제원 전무, 도병원 전 흥국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이 임하게 된다.
 
노조는 이날 집회에 이어 오는 17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23일에는 부산 본사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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