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내는 지배구조 개선] 전문가 "당국도 선진화하지 못하면 해외 사례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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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2-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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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금융사의 독립적이지 못한 사외이사 구조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불분명한 책임 의무를 고쳐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해외 금융 선진화 사례를 가져온다고 해도, 금융당국의 선진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를 운용하는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개선 인식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선순환 사례를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공단과 행동주의 사모펀드의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실제로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은 이사회의 CEO 후보 결정 과정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경선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며 수탁자 책임 활동을 예고한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계열사가 은행인 금융지주사는 특성상 대주주들이 행동주의적 전략적 투자자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에 국한돼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은 지난 2020년 6월 금융위가 국회에 재출했으나,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부 인사를 포함한 이사회의 기능은 객관적인 외부 시각에서 이사회 의결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면서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에선 경영진의 입맛에 맞는 이사만 선임되다보니 견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서 해외 사례를 들여와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민환 인하대 경영대학원장은 "근본적으로 사외이사 선임부터 소액주주를 포함한 비지배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임될 필요가 있다"며, "비지배주주 이사 선임권, 집중투표제 등 여러 방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비지배주주를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선임되고, 이들을 선임하는 과정이 투명히 공개된다면 금융권 분위기는 분명히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의 선진화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제도를 이끄는 당국 역시 선진화 대상이라는 것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제학 교수는 "수년간 멈춰있던 지배구조 선진화가 윤석열 대통령 발언 직후 진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있다"며, "독립적이지 못한 사외이사와 분명한 책임 의무가 주어지지 않는 CEO의 지금의 환경을 바꿔내지 못한다면 해외 사례를 아무리 들여와도 소용 없다"고 꼬집었다.

이민환 원장도 "지배구조 문제를 손보겠다고 하는 당국이 아무런 지분도 없으면서 입맛에 맞는 관료 출신 인사를 심는 것부터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금융회사 CEO들의 경영하는 마음가짐이 변화해야 한다. 소수의 지배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지용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정부가 모든 것을 주관하려고 하는 '관치' 성향이 분명히 있다"면서 "정부가 해외 선진화 사례를 벤치마킹할 때 이런 부분들을 제외하고, 제도적으로 보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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