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우리나라 중산층과 정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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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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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영욱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이영욱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 [사진=KDI]


중산층은 여러 경제사회적 활동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며 소비를 하고 교육, 주거 등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함으로써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집단이다. 이러한 중산층이 축소된다는 것은 양극화가 심각해짐을 의미하며, 이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합의에 기반한 국가 발전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인구구조 변화, 산업구조 전환 등 여러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하는 시점에서 중산층 축소에 따른 우려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중산층 축소 또는 붕괴에 대한 우려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며 대량 실직과 가구소득 하락에 따른 중산층의 위기로 인해 심각하게 대두된 바 있다. 중위소득(전체 인구의 소득 중간값)의 50%에서 150% 사이에 속한 인구를 중산층으로 보고 이들의 추이를 살펴보면, 1990년대 중산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가파르게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최근에도 코로나19로 인해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제활동의 어려움이 있었고, 이후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며 전반적인 생활수준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속화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응 등 여러 경제사회적 변화들이 일자리 대체, 더 나아가 중산층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중산층 축소에 대한 기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근 데이터에서는 중산층의 감소 추이가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산층 비중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증가하고 있다. 근로, 사업, 재산소득을 포함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중산층 비중이 소폭 증가하였으며, 세금 및 복지혜택까지 반영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보다 뚜렷하게 확대됐다.

중산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중산층의 경제력을 살펴보아도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며, 특히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 상의 결과들을 반영하듯 통계청에서 조사한 본인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주관적인 인식도 증가하는 추이를 보여준다. 자신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중간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2013년 51.4%에서 2021년 58.8%로 상승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주관적 중산층 인식 추이와는 달리 본인과 다음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노력에 의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는 뚜렷하게 낮아지고 있었다. 특히 자녀 세대의 상향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하는 비중은 2011년 41.7%에서 2021년 30.3%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실제로도 소득이동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은 고령화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들은 당장의 중산층 확대를 위한 지원보다는 세대 내 혹은 세대 간 계층이동 가능성을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그동안 정부의 소득지원 확대를 통해 중산층 비중은 증가돼 왔으나, 이러한 정책 방향이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상향이동에 대한 기대를 높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현 상황에서는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다음 세대가 노력하면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좋은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근로연령층에서는 노동소득의 증가가 중산층으로의 진입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통해 가구소득이 증대되도록 해야 한다. 급속한 기술발전 및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도록 유연성과 이동성을 높이는 산업 전반 규제 및 노동시장 대상 개혁이 필요하다.

저소득가구에서 추가적인 취업자 확보는 빈곤 탈출을 위한 주요 통로이기에, 취업능력이 있으나 가구 또는 개인의 취업애로사항으로 인해 일하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주된 일자리 은퇴 이후 중산층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중고령층에 대해 고용연장을 유도하는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며, 일·가정 양립 지원 내실화를 통해 여성 배우자의 고용을 장려해야 한다.

보다 본질적으로 교육을 통해 계층이동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교육의 기능이 약화되는 한편 사교육 의존도가 확대됨에 따라 취학연령 자녀가 있는 중산층 가구의 교육비 비중이 상당하며, 특히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에서 교육비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중산층 가정의 사교육비 지출 부담을 완화하며, 교육의 기회 사다리 재건을 통한 중산층으로의 이동성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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