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시효가 가른 약탈문화재 '소유권'... 유사사건 재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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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 기자
입력 2023-02-0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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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소유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사진=연합뉴스]

절도범에 의해 일본 사찰에서 국내로 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소유권에 대해 2심 법원이 일본 사찰에 귀속된다는 판결을 내려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이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점유 취득시효를 인정하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약탈 문화재에 대한 취득시효를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려불상 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인 서산 부석사와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우정은 2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이르면 이번 주, 늦어도 15일 이전에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1일 대전고법은 서산 부석사가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 항소심에서 1심이 원고 승소 판결한 것을 뒤집고 원고 측 청구를 기각했다. 절도범에 의해 절취되기 전 일본 관음사에 고려 불상 소유권이 존재한다고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2017년 1심은 해당 불상이 왜구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일본으로 이동됐다고 판단하고 부석사에 해당 불상 소유권을 인정했다. 당시 절취 불상을 점유 중이던 국가 대리를 맡은 검찰은 불상과 결연문에 대한 진위를 확인하기 전까지 이를 돌려줄 수 없다며 항소했다.
 
2심도 1심과 동일하게 해당 불상이 왜구에 의해 약탈당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고려말 불상을 제조한 서주 부석사와 현재 부석사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현재 부석사에 불상 소유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일본 관음사에 대해 불상 소유권을 인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해당 절이 자주점유를 통해 ‘점유 취득시효’를 완성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재판부는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관음사 측 주장은 확인하기 어려우나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해 온 사실이 인정돼 20년 취득시효가 완성된 만큼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취득시효는 타인의 부동산·동산 등을 일정 기간 점유한 자에게 그 소유권을 취득하게 한다. 점유 취득시효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소유의 의사로 자주점유해야 하고, 해당 점유가 평온·공연히 행해져야 한다.
 
국제사법 통한 취득시효 주장 하급심 판단 갈려···약탈문화재 취득시효 적용 신중해야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관음사 주지가 민사재판의 보조참가인으로 직접 재판에 참석해 일본 민법상 취득시효를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인용했다. 이번 재판에서 일본 민법상 취득시효 주장이 가능했던 것은 국제사법의 관련 규정 때문이다.

국내 국제사법 33조 1항과 2항에 따르면 동산 등의 권리와 관련해 외국 당사자와의 법적 분쟁에서 해당 동산에 대한 권리 취득이나 상실·변경은 그 원인 행위나 사실의 완성 당시의 동산 소재 지역의 소재지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역시 점유취득시효를 규정한 일본국 민법 162조 1항과 2항을 적용해 관음사가 1953년부터 불상을 절취당한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 점유해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인정했다.
 
류창호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법상 점유 취득시효가 인정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자주점유다. 소유의 의사로 점유를 하고 있어야 10년이나 20년 취득시효가 기산된다. 기록들을 보면 왜구의 약탈로 추정되는 불상을 그 후손들이 가지고 있다가 이를 일본 관음사에 기증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법률로 보면 증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일본 내에서 증여가 이뤄졌기 때문에 일본법이 적용 대상으로 봤고 전 점유자에게서 증여를 받은 것이므로 일본 관음사는 자주점유를 통해 취득시효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법리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국외 약탈 문화재에 대한 점유 취득시효를 인정하게 돼 향후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약탈 문화재에 대한 취득시효 규정을 신중히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 문화재보호법 등에 따르면 국유 문화재는 시효취득을 인정하지 않지만 이를 제외한 개인 소유 문화재 등에 대해서는 취득시효에 대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류 교수는 “약탈 자체는 비평화·비거래적인 방법으로 소유권 이전이 이뤄진 것으로 약탈에 의한 문화재에 대해 취득시효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학계 의견이 많다. 해석에 있어서 국내 법과 관련 조문에서는 해당 요건을 두고 있지 않지만 약탈 자체와 이로 인한 증여로 인한 점유는 자주점유가 아니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법리 검토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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