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다가온 '확률형 아이템' 규제…학계 "실효성 떨어져, 자율규제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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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훈 기자
입력 2023-01-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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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게임정책학회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 정책 토론회'

  • 단순 확률 공개만으로는 '이용자 보호' 등 목적 달성 어렵다는 지적

  • 법안 내 다수 용어 정의도 불명확…"규제 불확실성 우려, 자율규제 독려해야"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이 26일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훈 기자]

오는 30일 열리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재차 제기됐다. 개정안의 골자인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법제화만으로는 '이용자 보호'라는 효과를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자칫 불분명한 규제 범위 등으로 인해 규제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가 의무화될 경우, 이를 준수하지 않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 같은 내용의 법제화를 앞두고 그간 진행돼 왔던 확률 공개 '자율규제'를 다시 부각함으로써 최대한 새로운 규제가 정립되는 상황을 막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서울 숭실대에서 열린 '게임법 개정안과 이용자보호 정책 토론회'에서 선지원 광운대 법학부 교수는 게임법 개정안 내 여러 용어들의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선 교수는 "좁은 의미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확률형 아이템'도 존재하지만 유상으로 확률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캐릭터 자체를 획득하는 등의 '확률형 콘텐츠'도 존재한다"라며 "개정안이 제시하는 '아이템'의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수도 있고, 반면 너무 넓게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선 교수는 이와 함께 개정안 내 규정된 '우연적 요소'라는 용어의 의미도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만일 '우연적 요소'의 범위를 좁게 해석할 경우 말 그대로 '뽑기'를 바탕으로 한 확률형 아이템만이 대상이 되고, 아이템 간의 조합을 통해 획득 가능한 다른 아이템의 합성 확률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어 이용자 보호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는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명확하지 않은 정의와 불가능한 확률 공개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라며 "그럼에도 공개의 적정성에 대해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부분을 정의하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정엽 순천향대 한국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개정안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개정안만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이용자들의 과도한 현금 결제를 막을 수도 없고, 게임 회사의 확률 조작 행위를 근절할 수도 없으며 아이템의 확률 변동 행위를 막기도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게임물 및 광고·선전물마다 등급 등의 정보를 표시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해 법이 개정될 경우 게임사들이 불필요한 번거로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는 게임법과 함께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 개정이 함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으로는 '사행성'을 따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실제 금전의 획득이나 손실 유무다. 즉 자신의 돈을 건 행위에 따라 이를 현금 등으로 돌려주는 요소가 있느냐 여부가 중요하며 이러한 요소가 있는 게임은 애초에 게임 등급분류 자체가 거부돼 정식 서비스가 불가하다. 

다만 확률형 아이템을 구입한다고 해서 직접적인 재산상 이익이나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따라서 현행법상 확률형 아이템만으로는 사행성을 논할 수 없다. 이 교수는 "현행법상으로는 사행성이 있느냐 없느냐만 있을 뿐 사행심을 유발하는 것 자체로 사행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사행심을 유발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규제할 수 있을지 합의를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를 위해서는 현행 사특법을 살펴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될 경우 게임물 등급분류를 통해 최소한의 이용자 보호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참석자들은 결국 강제적인 규제보다는 현재 게임사들이 자체적으로 시행 중인 자율규제가 현실적으로 가장 적합한 방법이라고 짚었다. 선지원 교수는 "사전적 규제를 하게 되면 그 기술에 기반한 산업 발전이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자율규제 기구에서 만일 어떤 게임사가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미진했다고 하면 그 자체로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을 해서 해당 게임에 대한 이용률이 굉장히 떨어질 것"이라고 짚었다.

조문석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게임사들의 기만적 행위는 제재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행 소비자보호법, 게임물 등급분류 규정,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등으로 이러한 행위가 규율되고 있기 때문에 강제적 규제보다는 현재의 자율규제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날 토론회는 게임법 개정안과 관련해 보강이 필요한 점을 논의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은 토론회 인삿말에서 "산업계 일각에서 들려오는 볼멘소리들을 학회는 외면할 수가 없었다"라며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무엇 때문에 국가가, 산업계가, 이용자들이 힘들어 하는지 그 원인을 점검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게임 생태계를 위해 학회가 국가와 이용자, 산업의 중간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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