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건설사 모럴해저드vs선제적 시장 대응...커지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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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3-01-1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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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22.09.2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신년 업무보고에서 미분양주택 해소를 위해 '미분양 주택 정부 매입 후 임대'를 지시한 것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미분양에 따른 건설업체의 연쇄 부도를 막고 건설사 자금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지만, 미분양의 책임이 고분양가를 고집하고 수요예측을 잘못한 건설사에도 있는 만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5만8025가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4094가구) 대비 4만3933가구(311.7%)나 급증한 수치다. 직전 달인 10월과 비교해도 1만810가구(22.9%)가 늘었다.
 
미분양주택은 지난해 9월 4만 가구를 처음 넘어선 데 이어 10월 4만7217가구로 늘어난 뒤 11월에는 5만 가구를 넘어서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분양 통계는 이달 말 발표될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6만 가구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미분양 물량 위험수위인 6만2000가구에 근접한 수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통상 미분양 주택 신고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실제 미분양 주택은 정부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라면서 "연내 미분양물량이 10만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현재 기존 매입임대사업을 확대해 민간 준공후 미분양을 매입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매입임대사업은 LH가 도심 내 신축 또는 기존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매입해 무주택 청년·신혼부부·취약계층 등에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임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약 7000여가구가 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일부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편성된 주택도시기금 증액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는 올해 매입임대주택 3만5000가구를 사들이기 위해 6조763억원의 주택도시기금을 편성했는데 가구당 평균 매입 예산이 1억7000만원에 불과하다. 주택도시기금 예산은 20% 이내에서 국회 동의없이 증액 가능해 정부가 1조2000억원가량을 더 늘려 투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 적체에 따른 건설사의 부담을 다소 덜어줄 수 있는 대책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미분양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주택도 많고, 지금같이 선분양 체제에서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건설사의 사업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면서 "건설사의 도산은 분양보증기관과 수분양자의 재정리스크를 키워 연쇄도산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금 투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고분양가를 떠받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상당수다. 특히 '퍼주기식 지원'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에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매입기준과, 원칙, 범위 등을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면서 "규칙 없이 기금을 투입하면 국민 혈세를 투입해 건설사를 지원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 매입은 분양가가 아닌 건설원가 수준으로 사주는 것이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는 과하다"면서도 "다만 2009년 미분양 물량이 15만가구를 넘어설 시점에 거론되던 대책이 지금 언급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빠르고 급진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준공전 미분양 매입에 공적 성격의 기금을 투입한다는 것은 '제2의 양곡관리법'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국민적 설득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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