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지상파 부동산 예능까지 출연해 전세 사기…신분은 중개보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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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3-01-1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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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행 기간 TV 인기 부동산 방송 출연

  • 인지도 및 신뢰도 높여 범행에 악용

신축빌라가 많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사진=서울시 에스맵]

'빌라왕' 이모씨(31)가 '깡통전세' 수법으로 빌라 한 세대를 본인 명의로 구입한 뒤 같은 빌라 내 다른 세대 매물을 지상파 TV 방송에 출연해 홍보한 것이 지난 10일 드러났다.

2019년 5월 예능 방송에 '중개보조원' 신분으로 출연한 이씨는 같은 빌라 내 다른 매물을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사실상 본인의 범죄 행위와 연관된 부동산 매물을 방송을 통해 홍보한 셈이다. 당시 방송 출연 사실을 본인 SNS에 올리는 등 홍보용으로 사용했다.

이씨는 413채의 빌라를 소유하면서 임차인들로부터 약 310억원의 보증금을 편취한 혐의로 최근 구속됐다. 방송을 통해 높아진 인지도·신뢰도 또한 이씨의 대범한 범죄 행각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방송사 측은 "(이씨의 범죄 행각을) 알지 못했고, 처음 듣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방송됐던 빌라 전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해당 빌라 5층의 한 세대가 방송 전부터 이씨의 소유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세대는 이씨가 중개보조원으로서 '깡통전세' 수법으로 사들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해당 빌라는 이씨의 세무 체납으로 국가에 압류됐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이씨의 SNS에는 본인 소개 글에 임대사업 법인명 'OO하우징'이 적혀 있었고, 당시 방송에 함께 출연했던 연예인들과의 기념사진을 게시하는 등 홍보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는 비공개 처리돼 있다.

해당 방송은 의뢰인의 조건에 맞는 부동산 매물을 출연자들이 찾아 추천해 준다는 부동산 매물 소개 형식으로, 전세사기범 이씨에게는 범죄를 위한 홍보 수단으로 악용된 것이다.

실제 이씨의 범행은 2018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어지는 등 기간이 길고, 피해자도 100여명이 훌쩍 넘는 등 규모가 점차 확산했다.

이 때문에 '방송을 통한 홍보가 이씨 범죄 행위에 도움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이씨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 일대에서 총 413채의 빌라를 소유하면서 임차인 118명으로부터 보증금 명목으로 312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한편 같은 방식으로 빌라 1139채를 소유해 '빌라왕'으로 불리다가 최근 숨진 김모씨(42) 역시 이씨와 같은 '중개보조원' 신분이었다. 중개보조원이란 공인중개사가 아닌 자이며, 개업공인중개사에 소속돼 중개 대상물에 대한 현장 안내 및 일반 서무 등 중개업무와 관련된 단순 업무를 보조하는 사람을 말한다.

부동산 업계에서 중개보조원들이 암암리에 불법으로 공인중개사 역할까지 대행하고 있는 데다가 계약 성사 건당 수수료를 받다 보니 무리한 알선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전세사기의 유혹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씨와 김씨 모두 중개보조원을 하면서 '무자본 갭투자' 방식을 체득했고, 종국에는 '빌라왕'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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