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수출 기상도] "美中 경기침체·디커플링 겹악재"…870조 수출 '안이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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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1-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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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증가세 꺾여…미국 동맹 강화는 기회 요인

  • 미·중 자국중심 공급망 재편 악재…주력 반도체도 경기 회복 '난망'

지난해 12월 9일 오후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의 성장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6839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지만 무역적자 역시 472억 달러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 여파로 수입액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이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인데 정부는 지난해와 비슷한 6800억 달러(약 870조원)를 수출 목표액으로 설정했다. 상황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주요 수출 무대인 미국과 중국 현지 경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올해 대미 수출 기상도는 '구름', 대중 수출은 '비를 동반한 먹구름'이라는 비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美 '소폭 증가' 中 '폭망 조짐'···수출 전선 비상 

코트라(KOTRA)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23년 수출 전망 및 시장 여건 보고서'에서 올해 북미 지역에 대한 수출이 소폭 증가(3~10%)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정책 후유증으로 올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 미국인들의 소비심리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내 보호무역 기조도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우리 수출기업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다만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된다. 미국의 동맹국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편과 현지 소프트파워(한류) 강화, 대기업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에너지·전기차·항공 등 산업별 친환경 인센티브가 부여됨에 따라 그린(친환경) 산업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임금 상승과 구인난 극복을 위해 사람과 로봇이 협업하는 '코보틱'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로봇 시장도 기지개를 켤 수 있다. 

품목별로는 이차전지와 선박류가 수출을 주도할 전망이다. IRA 법안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개편으로 관련 소재 및 장비 시장 호조와 함께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따른 수입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석유화학은 미국 내 탈(脫)플라스틱 정책에 따른 수요 둔화로 수출액이 줄어들 여지가 있다. 

코트라는 대중 수출에 대해 소폭 감소(0~10%)를 예상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 정책 완화와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경기 확장 요인이 내수 침체나 미·중 갈등과 같은 악재에 묻힌 상황이다.

지난해 대중 수출은 1558억 달러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다. 무역수지 흑자는 13억3500만 달러로 겨우 체면치레했다. 2021년 242억8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흑자 규모가 1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여파로 주력 품목인 반도체 등 수출이 줄어든 반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수출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미·중 갈등 여파로 통상 환경 개선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발효를 통한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내부적으로 공급망 국산화를 통한 자국 중심의 GVC(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무선통신기기, 석유화학 등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반도체, 일반기계, 철강 제품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트라 관계자는 "대중 수출은 중단기적으로는 반도체 경기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올 하반기 방역 완화에 따른 내수 활성화로 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드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日·EU 간신히 '현상 유지'···큰 기대 어려워 

코트라는 올해 일본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역시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은 공급망 다변화 추세에 따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활용한 한·일 간 협력 강화 요인이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상승, 엔저에 따른 수입 부담 증가 영향으로 우리나라 주력 품목인 철강,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방산과 원전 수출 확대를 위한 기틀을 마련한 EU 시장 역시 올해는 현지 경기 침체 파고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EU 내 생산·소비·투자 위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은 수입 규제 정책 강화로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방산 수출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방산 수출이 줄면서 우리나라가 일부 반사이익을 받은 영향이 적지 않다"며 "에너지와 식량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무역 흑자까지 감소해 성장 기조가 흔들리면 올 연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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