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SMP 상한제' 놓고 민관 갈등···전력당국, 신뢰만큼은 잃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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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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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우여곡절 끝에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시행됐다. 민간발전, 재생에너지, 집단에너지 등 관련 업계는 전기를 팔아서 얻는 수익이 줄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발생한다고 한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와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는 SMP 상한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며 뜻을 모으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헌법소원을 위한 비용 모금에 23일까지 468명이 동참했다.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만 해도 1억원을 넘어섰다. 사업자들이 이렇게 반발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SMP 상한제 시행 이후 지난 23일까지 SMP는 ㎾h(킬로와트시)당 평균 266.48원으로 집계됐다. SMP 상한제 시행 직전달인 11월 평균(㎾h당 240.77원)보다 10.7%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발전사업자들은 SMP 상한제 탓에 12월 내내 ㎾h당 158.9원까지만 정산받을 수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지고 폭설이 반복되면서 전력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19일부터 23일까지 제주지역을 제외한 전국의 최대전력수요는 매일 9만 MW(메가와트)를 웃돌았다. 특히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진 23일 최대전력수요는 역대 최고치인 9만4509 ㎿(11시)까지 늘었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올라가고 전국 대부분 발전설비가 가동하면서 SMP 상한제의 영향을 받는 발전기도 늘어나고 있다. 최대전력수요는 1시간 단위로 집계·발표되는 전력사용량 중 최다치를 뜻한다. 또한 9만 ㎿를 ㎾(킬로와트)로 환산하면 9000만 ㎾에 달한다. 따라서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당 100원가량 정산을 덜 받는 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민간기업이 정부 정책에 의해 이익을 제한받거나 손실을 보는 것도 큰일이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번 SMP 상한제를 두고 에너지 업계 일각에서는 민간기업들의 이익을 제한받는 것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번갯불에 콩 볶듯이 각종 규칙 개정 절차를 밀어붙였다”며 “민간에 비용을 떠넘기기 위해 시장제도를 이토록 무리하게 바꾼다면 사업자들이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전·집단에너지 업계는 속전속결로 SMP 상한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충분한 교감이 없었고, 정부와 공기업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민간에 떠넘긴다고 주장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면 마땅히 고통을 분담할 수 있지만 정부와 업계 사이에 그 정도의 교감은 형성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천연가스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은 데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력수요가 많을 때 SMP는 대체로 한국가스공사가 발전사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추종한다. 가스공사로부터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발전기가 SMP를 결정하는 ‘한계발전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발전소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SMP도 낮아진다. 이처럼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 있는데 SMP부터 낮추려고 하다 보니 기업들은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민간에 부담을 떠넘긴다고 느낄 수 있다.

물론 이번 사태의 기저에는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가 있다. 그리고 이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를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서는 전력당국과 시장 사이에 심도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가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으면 안 되는 이유다. 시장과의 신뢰 관계를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는 절박한 에너지 절약 정책과 SMP 상한제에 대한 합리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시장 참여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장문기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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