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조 '큰 손' 日 투자자, 글로벌 자산 매도세 부추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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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윤주혜 기자
입력 2022-12-2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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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꿈쩍 않던 일본은행(BOJ)이 비둘기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자본 시장 '큰 손'인 일본 투자자들이 역외 투자금 청산에 나서면서 주식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 전반의 매도세를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구로다 쇼크’가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BOJ는 장기금리 변동 허용폭, 이른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기존 0.25%에서 0.5%로 두 배 올렸다. 

BOJ의 통화정책 완화 축소에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강한 매도세에 직면하면서 장중 0.1%포인트 넘게 오른 3.71%를 기록했다. 유럽 시장도 흔들렸다. 독일 장기금리는 2.31%, 영국은 3.66%, 스페인은 3.41%를 찍으며 각각 0.1%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애널리스트들은 BOJ의 정책 변경이 미국 국채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을 청산하고 본국으로 자금을 회수하면서 미국 국채 매도세에 불을 지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일본은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다. 일본 투자자들이 국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달러 자산 매도가 촉발될 수 있다”며 “BOJ가 초완적 통화정책을 포기해 은행이나 연기금 등 일본 투자자들이 글로벌 주식 등 해외 자산을 처분할 경우 신흥국을 포함한 자산 전반의 매도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BOJ가 비둘기를 고수한 지난 10여년간 일본 투자자들은 초저금리가 지속된 국내가 아닌 해외 자산에 집중 투자했다. BOJ의 정책 수정으로 일본 자산의 투자 매력이 증가한다면, 일본 투자자들의 눈길은 자국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 금액은 3조 달러(3861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미국에 몰려 있다. 네덜란드, 호주, 프랑스 등에도 투자가 집중돼 있다. 만약 일본 투자자들이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한다면 이들 국가는 직격탄을 맞는다.
 
우리나라도 역풍을 피할 수 없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들이 119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전 거래일 대비 4.34포인트(-0.19%) 하락한 2328.95로 마감했다.

어시메트릭 어드바이저의 전략가인 아미르 안 바르 자데는 "(BOJ가) 금리인상을 허용한다면 일본의 역외 투자금이 본국으로 밀려 들어오는 쓰나미를 보게 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BOJ가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BOJ의 통화 정책 고수에 베팅했던 골드만삭스가 돌연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포기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BOJ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어려워지면서 시장은 균열을 겪을 수 있다. 노무라증권의 마츠자와 나카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시장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BOJ의 이번 결정이 통화정책 변화를 앞두고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해석한다. 임기가 내년 4월 8일까지인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물러나고 새 총재가 오면 BOJ의 정책 기조에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로다 총재는 YCC(수익률곡선 통제) 변동 허용폭 확대가 금리인상이 아니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지만, 이번 결정이 실질적으로는 금리인상에 가깝다”며 “시장 안정, 물가 대응 측면과 더불어 향후 BOJ의 통화정책 변화를 위한 포석 또는 시험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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