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뿔난 투자자들..."베트남, 비자정책 신뢰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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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11-29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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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확하지 않은 비자 준비서류·유형·기간도 알 수 없는 상황

  • 비자 발급기간 준수하고 관련 비자규정 부처 간 통일이 시급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탑승객들이 입국 심사를 받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비자도 안 나오는데 무슨 베트남 투자입니까?”

베트남 북부 박닌성에 위치한 한 한국 중소기업 관계자의 푸념이다. 그는 한국 본사 파견근무자의 신규 노동비자(DL) 신청을 위해 수 개월간 베트남 당국, 에이전시와 입씨름을 해야 했다며 결국 기존 근무자들의 비자만 연장하고 신규 비자는 발급 기간이 길어져 취소했다고 전했다. 

요즘 한인 사회의 화두는 단연 비자 문제다. 얼마 전 본지 보도<11월 16일자>를 통해 베트남 비자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현지 거주 한인들에게는 관광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생활과 직결되는 노동비자, 사업비자 등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베트남의 비자 정책은 지금보다는 명확했고 현지 교민들도 이에 맞춰 비자 기간이나 서류를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져 비자 절차도 명확하지 않고, 어떤 비자를 받아야 할지, 받을 수는 있는지, 시간이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기자의 언론 비자(PV1) 또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언론 비자의 경우, 그동안 베트남 외교부 관리로 1년(360일)마다 연장됐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 지침이 바뀌어 노동부, 보건부를 거치다 보니 준비 서류와 절차가 늘어났다. 문제는 정확한 지침과 기간을 알려주지 않다 보니 매우 더디게 진행되다가 결국 제때 비자 연장이 되지 못했고 급한 대로 3개월 비자를 받았다. 이후 베트남 외교부에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했지만, 비자가 제때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실 베트남 행정 정책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특히 올해부터 오락가락했던 베트남 비자 정책이 더욱 심해졌다는 지적이다. 앞서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당시 비자 비리 혐의로 관련 공무원들을 줄줄이 구속했다. 이에 따라 사실상 모든 비자 진행이 중단되고 공무원들이 몸을 사리면서 비자 정책이 더욱 폐쇄적으로 되고 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 있는 한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명확한 기준과 준비서류가 아직도 정식으로 고지가 안됐다는 것”이라며 “베트남의 행정 특성 상 사람마다 부처마다 기준이 달라 에이전시도 이 부분이 더욱 힘들다”고 말했다. 즉, 통일된 기준으로 합법적인 것과 불법적인 비자의 옥석을 가려 진행해야 하는데, 베트남 행정력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자 진행이 마비되다시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재베트남한인상공인연합회(코참)는 이 사안을 베트남 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포럼에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현행 비자 정책에 대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끊이지 않으면서 한국 기업단체뿐 아니라 일본·유럽·미국 상공인 협회들도 합심해서 이 문제를 제기한다. 코참의 한 핵심관계자는 “그간 베트남 성장을 이끌어온 가장 큰 동력은 외국인 투자였다”며 “베트남 정부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외국인들의 신뢰를 더 이상 잃어버리면 안될 것”이라고 했다. 내달 포럼에는 팜밍찡 베트남 총리를 비롯해 각 경제 관련 주요 부처 장·차관급 인사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흔히들 투자의 가장 기본은 신뢰라고 한다. 그리고 신뢰는 정책의 일관성, 통일성으로 대변된다. 베트남의 경우, 그 신뢰의 바탕에는 바로 균형 잡힌 비자 정책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자 외에도 많은 기업 쟁점이 산적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떠난 사람에게는 소식이 없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 상공인들의 충고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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