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간부 '악의 축' 표현한 조합원...대법 "비판 일환, 모욕죄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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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11-11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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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온라인상에 노조간부를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한 사람을 모욕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경멸적인 표현인 것은 맞지만 노조 집행부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담은 비판적인 게시글로 쓴 표현이니 형사처벌까지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기소된 버스기사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인터넷 공간에서 버스노조 간부 B씨 등을 "버스노조 악의 축"이라고 표현하고 "구속 수사하라"는 글을 쓴 혐의(모욕)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7년에는 "채용 비리를 경찰에 제보한 뒤 C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언론사에 허위 제보를 한 혐의(명예훼손)도 있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1‧2심은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모욕죄는 유‧무죄 판단이 갈렸다. 1심은 A씨가 B씨 등을 비판한 내용이 터무니없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A씨가 '악의 축'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노조 위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집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부차적으로 사용했는데, 이것이 모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 표현이 모욕적이라며 유죄로 뒤집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악의 축'이라는 표현이 피해자들의 사회적인 평가를 저해할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모욕죄로 처벌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봤다. A씨가 노조 집행부의 공적인 활동과 관련해 자신의 의견을 담은 인터넷 게시글을 작성하면서 쓴 표현이니 위법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노동조합 조합원은 노조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하고 내부 문제에 대해 의견 개진을 비롯한 비판 활동을 할 권리가 있다"며 "A씨는 조합의 운영 등에 대한 비판 의견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입장과 의견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악의 축'이라는 용어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 등을 일컬어 사용한 이래 널리 알려지면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상대방 측 핵심 일원'이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지나치게 모욕적·악의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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