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반도체] 메모리반도체에 투자 대다수···파운드리 육성은 걸음마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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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김수지 기자
입력 2022-10-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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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K, 시설 신·증설에 총 27조 투자

  • 메모리 비중 각각 76·94% 절대적 수준

  • 글로벌 경기따라 수요 타격···부침 심해

  • 파운드리·팹리스·패키징 등 영역 넓혀야

메모리반도체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의 미래에 적신호가 포착됐다. 27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업황 악화 징후가 뚜렷한 탓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경기에 따른 부침이 심한 메모리반도체 대신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후공정 부문 등을 더욱 육성해야 하지만 아직 성과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의 대규모 투자가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삼성과 SK의 반도체 시설 신·증설과 보완에 대한 투자액 규모는 총 27조1568억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 삼성전자가 17조5598억원, SK하이닉스가 9조5970억원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중 상당수가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된다는 것이다. 아직 집행 중이라 정확한 비율을 산정하기가 어려우나 반도체업계에서는 투자금 중 상당액이 메모리반도체에 투자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평택캠퍼스 3라인을 본격 가동하는 등 메모리반도체 신규 라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충북 청주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편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매출 중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각각 76%와 94%로 절대적인 수준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파운드리 등 다른 영역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는 글로벌 경기에 영향이 큰 메모리반도체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근 메모리반도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결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각각 10~15%, 13~18% 떨어진 데 이어 4분기에는 추가로 13~18%, 15~20%로 하락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년마다 수요가 20~40% 급등락하는 산업이 반도체를 제외하면 몇이나 있을까 싶은 정도"라며 "메모리반도체보다 글로벌 경기에 따른 변동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한 삼성전자 등도 메모리반도체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미미한 상황이다.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는 TSMC를 위협하기 어려운 '만년 2위'로 평가받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도 선두권과 격차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후공정(패키징) 사업에선 세계 10위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최근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로 국내 반도체 산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파운드리와 팹리스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가 편중된 메모리 사업이 흔들리게 된다면 국내 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치중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굉장히 큰 폭으로 변해 부침이 심하다"며 "다른 반도체 부문에서도 성과를 낼 필요가 있는데 너무 메모리 쪽에 투자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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