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전기차 기반 공유 택시가 성큼···독일 함부르크 명물 모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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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0-1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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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현 KOTRA 함부르크 무역관 과장

신입사원 시절 회사 동료들과 퇴근 후 무리 지어 잠실야구장을 자주 찾았다. 회사에서 야구장까지는 10㎞ 남짓한 거리. 전철을 이용하기엔 다소 우회하는 경로이고 여럿이 택시를 타자니 공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7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타다 서비스를 줄곧 이용했다. 널찍한 공간부터 USB 충전과 와이파이까지 일반 택시에선 누릴 수 없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 타다 간판을 단 택시는 도로에서 보기 어려워졌다.
 
독일 함부르크에는 타다 업그레이드 버전이 있다. 폭스바겐그룹이 2016년 서비스형 이용 수단으로 시작한 모이아(MOIA)라는 전기차 기반 공유 택시다. '전기차'라는 친환경 요소에 '공유경제' 개념까지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국내 스타렉스만 한 크기인데 운전자를 제외하면 6명까지 탈 수 있다. 크기로 치면 작은 마을버스 같지만 고객 수요 기반으로 운행되는 점에서 택시로 분류된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앱에 본인 위치와 도착지, 그리고 탑승 인원을 입력하면 3~5분 이내에 택시를 잡을 수 있다. 대개는 택시에 오르면 이미 다른 사람이 타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그들도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슷한 목적지로 가는 승객들이다. 이 서비스는 공유경제처럼 한 가지 서비스를 여러 고객이 나누어 쓴다. 또한 30분이면 전체 배터리 사용량 중 80%까지 충전할 수 있는 편리함도 갖췄다는 게 모이아 측 설명이다.
 
모이아는 올 8월 기준 총 210대가 함부르크 시내와 외곽에서 운행되고 있다. 총 누적 이용자는 530만명이고 8월 한 달간 이용자도 약 16만명에 달한다. 함부르크 전체 인구가 18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약 10명 중 1명이 한 달에 한 번씩 이용하는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모이아가 기존 대중교통 체계를 보완하고 관련 정부 부처의 파트너 역할을 한다"면서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도심 주행량을 줄이고, 전기차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서 효율적이고 친환경적인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모이아는 함부르크 교통전략(Hamburg Takt)’ 일환으로 시 정부와 협업하고 있다. 2030년까지 모든 함부르크 시민들이 5분 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함부르크시 의회도 "고객 수요 기반 서비스를 확대해 장기적으로 함부르크 교통 전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폭스바겐그룹은 '트란스폼(Transform) 2025+' 전략을 통해 2025년까지 디지털 모빌리티 서비스와 전기차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2025년까지 함부르크 전역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된 전기차 기반 공유 택시를 운행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도심 내 모빌리티 서비스를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고 이용자들이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려는 것이다.
 
다시 신입사원 시절을 떠올려보면 퇴근 후 한잔하고 늦은 시간에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 주변을 서성이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대부분 택시 앱을 통한 호출에 실패했거나 직접 택시를 잡아보려는 사람들이었다. 나 역시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일종의 반복적인 택시대란이었다.
 
복합적인 이해관계와 관련 법령 등으로 인해 새로운 택시 서비스가 도입되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히 소비자 편의만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친환경과 공유경제 개념이 합쳐진 함부르크의 명물 모이아는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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