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오픈마켓 구매대행 최저가 경쟁으로 공시생, 가정주부 멍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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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법률사무소 관세 대표변호사
입력 2022-11-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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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민정 법률사무소 관세 대표변호사 ]

필자는 세관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다. 지금까지 세관 조사를 받은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중 인터넷 구매대행으로 문제가 된 경우를 보면 공무원 시험 준비생이 용돈벌이를 한 경우, 가정 주부가 아이들 학원비에 보태겠다고 시작한 경우, 코로나19로 하던 사업이 실패해 인터넷 구매대행을 시작한 경우가 있다. 이들은 모두 "금전적 자본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이거 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한다. 

왜 법을 어길 수밖에 없었을까. 이유는 같다. 요즘은 해외 명품 의류나 신발을 구매할 때 인터넷상 최저가를 검색해서 산다. 보통 판매 가격을 책정할 때는 물품 가격에 운임·세금·내국세 마진 등을 더해서 결정한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최저가를 찾다 보니 경쟁사들이 내세우는 가격보다 낮게 판매하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판매가격이 정해진 상태에서 이윤을 남기려면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 밖에 없었다. 

가령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A씨가 신발과 의류 구매대행을 하고 있다고 치자. 그는 목록 통관 기준에 해당하게 150달러가 넘는 물품을 '150달러 이하'로 거짓정보를 줘서 목록 통관에 성공했다. 문제는 여러 번 이런 방법을 쓰다보니 계속 하게 된다는 것이다. A씨는 건당 2만원에서 3만원 정도 수입을 얻게 되고, 그렇게 들어온 물품 원가는 총 4000만원에 달하게 된다. 

결국 세관에서 A씨의 집으로 찾아오고, 난생 처음 세관 조사라는 것도 받게 된다. 다행히 물품 원가가 5000만원이 넘지 않아서 세관에서 '통고 처분'으로 종결할 수 있다고 했다. 통고 처분으로 물품원가를 약 4000만원에서 30%해서 1200만원 정도가 벌금액으로 결정이 됐다. 결국 50% 감경이 돼 600만원 정도가 최종 벌금액이 됐다. 

수입 신고를 하면서 저가 신고를 하면 '관세포탈죄'라서 내지 못한 관세를 내고 벌금도 내면 된다. 그런데 목록 통관을 해서 밀수다. 물품을 몰수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에게 모두 배송돼 물품이 없어 추징을 해야 한다. 물품 원가는 4000만원인데, 추징금은 국내 도매가격으로 계산해야 하니 6000만원이었다. 결국 A씨는 6600만원의 통고처분 고지서를 받게 됐다. 

A씨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한다. 통고처분이 무엇인지, 통고처분을 받아들이는 게 나은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통고처분'은 시계 하나, 가방 하나 사왔는데 밀수입죄로 처벌하면 온 국민이 전과자가 될 수 있으니까 행정청에서 벌금 상당액과 몰수추징금 상당액을 납부하게 하고 전과 없이 사건을 종결해주는 제도다. 통고처분을 받았다고 해서 전과가 남지 않는다. 범죄경력자료를 조회하더라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세관에는 기록이 남는다. 1~2년간은 출입국 시 다른 여행자에 비해서는 '우범여행자'로 분류될 것이다. 그 외 불이익은 없다. 

물론 A씨가 내야 할 통고처분 금액은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15일 내로 내지 않으면 고발돼 검찰로 사건이 송치돼 전과가 남을 수 있다. A씨는 더군다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이다. 이런 경우 통고처분을 이행하는 게 낫다. 

법원에 가도 몰수추징은 달라지는 게 없다. 벌금액이 줄 수도 있겠지만, 이미 50% 감경을 받아 600만원이다. 이보다 낮은 금액으로 벌금이 결정된다는 보장도 없다. 통고처분에서 벌금액은 과태료 같은 개념이나, 법원에서 받는 벌금은 '형벌'이다. 벌금전과는 공무원시험 결격 사유는 아니다. 젊은 나이에 전과의 위험을 부담하는 것보다 통고처분을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관세법은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도 벌금액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신용카드는 0.8%, 직불카드는 0.5%의 납부대행수수료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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