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덕에 시간 번 英, '트러스노믹스' 수정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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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9-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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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왼쪽)와 쿼지 콰탱 재무장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영국 정부에 대규모 감세안을 철회할 시간을 줬다. 금융시장이 ‘트러스노믹스’에 낙제점을 준 가운데 리즈 트러스 총리가 현 경제정책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란 관측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트러스 내각의 경제팀이 감세 정책을 철회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매체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재무부가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력을 우려해, 국제통화기금(IMF)을 통해 영국 정부에 감세 정책을 철회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IMF는 전날 영국 정부에 영국 국채와 파운드화의 역사적 폭락을 촉발한 감세 조치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IMF의 최대 주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재무·에너지·노동부 각 장관 등으로 구성된 경제팀에 동맹국 및 주요 시장 관계자들과 긴밀히 소통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낙수효과에 지쳤다. 이는 작동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고소득자 감세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트러스노믹스(Trussonomics)’를 에둘러 비판했다.

 

[사진=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위터 ]


영국 정부가 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에서 거세다. 트러스 총리의 1972년 이후 최대 규모의 감세안은 영국 재정을 악화하고 40년 만에 최고치를 찍은 물가상승률을 부채질할 것이란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 1파운드당 2달러를 넘겼던 파운드/달러 환율은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1.50달러까지 떨어졌고, 지금은 패리티(등가)가 깨지기 직전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BOE 덕에 시간을 벌었다. BOE는 이날 ‘길트’(국채)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장기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기로 했다. 영국 국채 투매를 막기 위해 BOE가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다. 또한 보유 채권을 정리하려 했던 양적 긴축 계획 역시 연기했다.

장 중 한때 5%를 돌파했던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3.9%로 하락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일정 부분 회복하는 등 BOE의 조치는 금융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스톱앤드고’의 부작용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며 긴축의 고삐를 당겼던 BOE가 국채를 사들인 것은 돈줄을 묶다가 풀어버린 셈이기 때문이다.

베렌버그뱅크의 수석 경제학자인 칼럼 피커링은 “정부가 신뢰를 회복할 시간을 BOE가 줬다”며 앞으로는 트러스 내각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짚었다.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인 UBP의 외환 전략 글로벌 책임자인 피터 킨셀라는 “이는(감세안은) 영국이 스스로 내놓은 경제적으로 무식한 결정 중 가장 최근의 것”이라며 “그것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시작됐고, 우리는 최신 반복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의 부양책은 연간 450억 파운드 감세와 가계·기업에 향후 6개월간 전기·가스요금 등 600억파운드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문제는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한 전직 보수당 고문은 영국 예산책임청(OBR)의 비용 분석이 수반되지 않은 미니 예산안을 발표한 데 매우 놀랐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시장은 BOE가 재정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서 11월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1.5%포인트를 올릴 가능성마저 본다.
 
찰스 빈 런던정치경제대학교 교수는 "통화 가치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이 나란히 발생하는 것은 신흥시장의 국가 부채 위기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것이며 투자자들이 영국에 대한 신뢰를 잃는 징후"라고 포린폴리시에 말했다. 씨티은행은 이번 조치를 "영국 경제에 대한 막대한 자금 지원이 없는 도박"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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