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러, 병합 투표 찬성 90% 이상? 공정성 의문 제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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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09-2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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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민투표 시 투표함이 아크릴로 된 투명색

  • 투표 강요, 군인 대동 방문 투표 사례도

  • 美 "유엔 안보리에 병합 투표 규탄 결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 병합 주민투표 지역. [사진=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 점령지의 러시아 영토 병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27일(현지시간) 종료됐다. 러시아 측은 당초 90%가 넘는 찬성률을 예상했는데, 지역별 최고 99%에 달하는 찬성률로 가결됐다.

투표를 치른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및 루한스크(러시아명 루간스크)주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이며 이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개표 결과 영토 병합안이 주민 절대다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개표 결과만 놓고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해당 지역 점령과 점령을 위한 전쟁 및 병합에 찬성하는 주민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주민투표가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증거가 온라인상에 다수 올라오며 개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는 주민투표 시 투표함이 아크릴로 된 투명색이었다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에서 이 아크릴 투표함은 내부 전체는 물론 투표용지 내용까지 들여다보이는 수준이다. 투표용지는 병합 찬성에 대해 '예'와 '아니오'만 표시할 수 있도록 두 칸으로 크게 나뉘어 있었으며 접히지 않은 채 투표함에 넣어져 내용이 훤히 드러나 있다. 비밀투표 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 

또 무장 군인이나 선관위 직원이 와서 주민들에게 투표를 강요했으며, 이 과정에서 역시 비밀투표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례도 올라왔다. 

실제로 투표소 현장에서 선관위 직원이 투명 아크릴 투표함을 목에 건 채 투표지를 수거하는 모습이 러시아 관영 매체의 보도 사진으로 확인됐다.
 

자포리자주에서 선관위 직원의 안전 보장 명목 하에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 2명이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용지를 받는 모습. [사진=트위터]

온라인상에는 "무장 군인 2명 등이 러시아 투표장을 지키고 있다. 투명한 독재식 민주주의다"라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무장 군인이 직접 집에 찾아와 투표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투표용지를 수거해 갔다는 글과 관련된 AP통신, BBC 등의 외신 보도도 나오고 있다. 

찬성률이 지나치게 높게 집계됐다는 점도 투표의 공정성에 의문을 더하고 있다. 온라인상에는 지역별 최대 77% 투표율까지 보인 투표서 찬성률이 무려 90% 이상, 최대 99%까지 집계됐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과거 2011년과 2021년 총선, 2014년 크름반도(러시아명 크림) 병합 투표 등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던 러시아의 당시 투표율 및 찬성률을 재언급하는 게시글들도 눈에 띄었다. 

세계 정상들도 이번 러시아 주민투표를 가짜 투표, 불법 투표라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가 사이비 투표를 정상으로 간주한 소위 크름반도 시나리오 실행에 이어 또다시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측도 이번 투표를 가짜, 불법 투표로 규정하고 관련자들을 제재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유엔 안보리에 이 병합 투표 규탄 결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러시아는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이들 점령지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화함으로써 전쟁 명분을 강화하며 자원 동원에 이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 측은 이번 투표율이 50%를 넘겼으므로 투표가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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