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수리남' 저리 가라…대범해지는 마약 거래·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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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은미 기자
입력 2022-09-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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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 등 마약 은어 관련 게시물 수두룩

  • 판매 계정 노출, "정량 보장" 홍보문구까지

  • 5년새 마약류 적발 8배 급증, 작년만 1.3톤

  • "해외서 손대도 국내법상 범죄" 주의 필요

국제 우편을 통해 들어온 모발 영양 크림에서 마취제의 일종인 케타민이 발견되고, 입욕제에는 필로폰 4000g이 숨겨져 있다. 통조림 안에는 비닐로 싼 대마초가 감춰져 있고, 땅콩 꼬투리에서 필로폰이 발견되기도 한다. 

마약 청정국이라 자부해 온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보·수사 당국이 이 같은 적발 사례를 공개하자 마약을 홍어 속에 숨겨 밀반입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드라마 '수리남'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수리남 속 스토리가 우리 사회에서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국내 마약 유통과 관련 범죄 증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는 중이다.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것은 옛말이다", "이러다 마약 천국 되는 것도 한순간이다" 등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마약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만큼 일상에 다가서 있는 상태다. 
 

트위터에 마약 은어 해시태그 검색 시 나오는 게시물 화면 캡처. [사진=트위터]

트위터에 마약을 뜻하는 은어 '아이스', '작대기', '사끼', '캔디' 등 해시태그를 검색해 보면 수백개에 달하는 관련 게시물이 뜬다. 

게시물에는 마약 인증 사진과 함께 텔레그램 계정 아이디가 버젓이 노출돼 있다. "고퀄(고퀄리티), 정량 다 지킵니다" 등의 홍보 문구로 구매를 유도한다. 

SNS는 20~30대와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 과거에 비해 마약 유통 채널에 대한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마약 구매가 용이해지면서 관련 범죄도 급증세를 보인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적발된 마약류는 1295㎏으로 2020년(321㎏) 대비 4배 이상 늘었다. 154㎏이 적발된 2017년과 비교하면 8배 급증한 수치다.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 마약류 사범 집중단속 기간(8월 1일~9월 11일) 40일 동안 총 1446명을 단속했으며, 이 중 22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마약을 접하거나 마약 범죄를 저지르는 한국인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태국 방콕에 거주 중인 한국인 A씨는 "한국인들도 많이 가는 버블티 브랜드에서 대마 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또 식당이나 노점상 등에서 대마가 들어간 음식을 한국인에게 판매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대마초 등 특정 마약류가 합법일 수 있지만, 우리 법규는 모든 마약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해외 관광 중 마약에 손을 대면 범죄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다. 

작은 구멍에 둑이 무너질 수 있듯, 마약 유통 및 관련 범죄 증가에 대한 경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도 마약류를 하나하나 눈 감게 되면 그것이 물꼬를 트게 되고, 결국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약 수사 전문 인력 확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전직 검찰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재 마약 수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강력부가 굉장히 축소돼 있다"면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수사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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