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 법제화 시도 수차례 있었지만 그간 불발…노웅래 의원 '퇴근 후 카톡 금지법' 발의

퇴근 후 카카오톡 등 각종 메신저나 전화를 통해 상사 등에게 업무 지시를 받는 경험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스트레스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보편화됐지만 제도 시행 이후에도 근무 시간 외 업무 지시를 하는 관행은 근절되지 않아 여전히 퇴근 후에 업무 목적의 메시지나 전화를 받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2월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경기연구원이 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7.8%가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4.2%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다수는 상사 등에게 업무 시간 외 갑작스러운 업무 처리 요청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러한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려는 시도가 최근 국회에서 이뤄져 주목된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일명 '퇴근 후 카톡 금지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전화, 전자문서, 문자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 관련 지시를 반복적·지속적으로 하는 등 근로자 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용자가 근무시간 외에 근로자에게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노웅래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근무와 재택근무가 활성화하면서 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근로자 사생활과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업무시간 외에 반복적으로 과도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퇴근 후 업무 지시' 규제 시도 있었지만···번번이 무산

국내에서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를 법적으로 규제하려는 시도는 6년 전 이미 있었다. 2016년 신경민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다. 신 의원은 "최근 SNS가 보편화함에 따라 퇴근 전후를 불문하고 업무 지시를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메시지 강박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 시간에 전화나 문자메시지, SNS 등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해 근로자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골자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다만 해당 법안은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우선 법안에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었다. '사생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기는 했지만 이를 어긴 행위자에게 어떻게 과태료·형벌 등 제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또 업종별·직종별로 법을 일괄 적용할 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작성한 검토보고서는 "업무시간 외라도 긴급한 연락이 필요한 경우가 있고, 업종별로 여건 차이가 크기 때문에 법률로 일괄해 금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명시했다. 또 "연락의 업무 관련성 여부를 입증하기 어려워 법 조항의 집행 가능성이 낮고, 사용자가 아닌 상급 근로자가 하급 근로자에게 업무상 지시를 내리는 행위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요인들이 문제로 지적돼 법안은 결국 20대 국회가 만료되며 폐기됐다.

2017년 8월과 2020년 7월에도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를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2017년 이용호 당시 국민의당 의원(현 국민의힘)이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에 대해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2020년에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정보통신기기 등으로 사용자가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를 대기시간에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실제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지자체 단위에서는 조례 등을 통한 규제 사례가 나타났다. 서울시가 2017년 9월 '서울시 지방공무원 복무조례' 개정안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내용을 공표·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 전라북도가 같은 해 12월 '퇴근 후 메신저 금지조례'를 의결한 바 있다.

◆다시 나온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은? "반복적·지속적 업무 지시 금지가 핵심"

6년 전에 발의된 법과 비교해 노 의원은 규제 범위를 좁히고, 그 대신 위반 행위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며 구체적인 처벌 규정을 마련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초점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업무 지시를 할 때에 한해 법에 따른 처벌을 단행하는 것이다.

노 의원은 "6년 전에 발의된 법은 모든 업무 연락을 하지 말라는 차원이어서 당시에도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있었고, 실질적 처벌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며 "이에 지속·반복되는 과도한 업무 지시에 대해서만 처벌을 하도록 해 '과잉 규제' 지적을 피하고자 했고, 강제성 부여 차원에서 과태로 500만원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반복되는 업무 지시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노 의원은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 일주일에 3~4일 가까이 업무시간 외 카톡 지시를 한다거나 하는 일 등은 막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일각에서는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결국 초과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장을 지급하고, 근로시간 인정 범위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면밀하게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연구원은 앞선 보고서에서 "현행 근로기준법은 '시간적·장소적으로 구속돼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만을 근로시간으로 해석하고 있어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에 의한 노동시간은 근로시간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률상 '호출대기'라는 영역을 둬 원칙적으로 휴식 시간이지만 실제 업무를 수행할 경우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해외에서는 여러 국가들이 근로시간 외 업무 지시를 규제하는 내용의 법을 마련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프랑스는 2017년 1월 1일부터 노동법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이에 대한 노사 간 협의 내용을 도출하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50인 이상 기업의 사업주에게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750유로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 최초로 퇴근 후 업무 지시를 법으로 규제한 사례다. 이어 슬로바키아, 필리핀, 포르투갈 등 국가가 이를 법제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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