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인구절벽' 탈출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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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동서울대 교수,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22-08-26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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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동서울대 교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마침내 현실화하였다. 72년 만에 처음으로 작년 한국 인구가 감소했다. 전체 인구가 5173만 명이지만 외국인을 제외한 순수 내국인 인구수는 전년보다 0.1% 준 겨우 5000만 명 턱걸이했다. 본격적인 인구절벽의 시계가 예상보다 8년 앞당겨진 것이다.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11.8% 감소한 대신 65세 이상 노인 비중은 16.8% 증가하고, 1인 가구 수가 무려 700만 명을 돌파해 앞으로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아이 수) 1명 이하인 국가로는 한국이 유일하다. 줄어드는 인구로 인해 지구상에서 한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까지 귀에 들린다.

인구 감소에 따른 경제적 귀결은 심각하다. 인구에서 차지하는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인구 오너스 현상은 이미 2015년 정점을 찍고 하향 추세로 반전되었다. 수도권보다 지방 인구 소멸이 더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이와 관련이 있다. 당연히 지방 경제가 먼저 피폐해지고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것 또한 정해진 이치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수도 있지만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이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인구가 감소하면 세계 10위 경제 대국의 자리에서도 조만간 내려앉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2〜3%의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하지만 성장 없는 고용이 계속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는 줄고 허드레 노인 일자리만 증가한다.
 
국가가 저출산 대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핀잔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수준이다.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고도 출산율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책이 핵심이 아닌 주변에서 겉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느 한 곳을 치유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전반적 기능이 개선되어야 한다. 세밀한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정교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지원 등 결혼 이전의 대책에만 쏠려 있어 결혼 이후 출산하였을 경우 당장 필요한 자녀 양육 지원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선진국들이 99%의 예산을 자녀양육 가구에 집중 지원을 하는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 이웃 일본은 물론이고 채 성숙하기도 전에 늙어가고 있는 중국까지 인구절벽의 위기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도 꺼져가는 성장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국가적 총력을 기울인다. 밖에 나가 있는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에 더해 이민 혹은 난민까지도 안방으로 불러들인다. 올해만 리쇼어링으로 미국에서 늘어난 일자리가 35만 개다. 심지어 해외로 나간 자국민 이민을 다시 자국으로 불러들이는 재이민에도 적극적이다. 한편으로 지방 간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지방과 사라지는 지방 간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미국에도 기업과 인구가 몰리는 선벨트 지역이 캘리포니아에서 조지아, 그리고 다시 텍사스로 바뀌는 중이다. 외국 이민자에 대해 극히 보수적이던 일본마저도 문턱을 계속 낮추는 추세다.
 
절벽에서 탈출하기 위한 패러다임 전환, 의사결정과 실행 거버넌스의 획기적 보완 필요
 
중국은 지난 2008년부터 해외에 있는 중국인 고급 인재를 국내로 유입하기 위한 일명 ‘공작(孔雀)계획’을 전개하고 있다. 과학기술 창업을 육성하려는 방편이다. 최근 중국이 빅테크 혹은 미래 기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반면 한국은 이와 정반대의 길을 간다. 해외 인재들의 국내 유턴은 고사하고 국내에 있는 인재들마저 탈(脫)한국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대학에서조차 해묵은 터줏대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이들이 들어와서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10년 사이에 해외에서 영주 귀국하는 인구수가 4164명에서 지난해 1812명으로 떨어져 56.5%나 감소했다. 들어올 이유보다 나갈 이유가 더 많아지는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민선 8기 광역이나 기초 지자체들이 대외에 발표하고 있는 정책 내용을 보면 빼 박은 듯이 비슷하다. 모두가 규제를 철폐하여 기업과 인구를 유치하겠다고 경쟁적인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만 이루어진다면 한국 경제가 순풍을 탈 수도 있겠다는 착각마저 든다. 하지만 본격적인 인구절벽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냉정한 현상을 직시하면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 공산이 크다. 흥하는 곳이 있으면 망하는 곳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치다. 경기도의 평택 인구가 7년 새 27% 급증하면서 한국판 ‘일자리 엘도라도’가 되고 있다. 큰 기업이 들어오면서 고용률과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지방세까지 늘어나면서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다른 지자체들이 보면 선망의 대상이자 배가 아플 정도다.
 
지금까지의 무사안일하고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없다.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국가와 지방이 온전하게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의 획일적이고 상의하달식의 일방적 거버넌스로는 돈만 낭비하는 헛수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가나 지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의사결정, 서비스 제공 및 정치 프로세스의 개선을 위해 ‘시민 기술(Civic Technology)’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공공 부문과 주민이 협력하여 기업·인구·자금이 ‘나가는 경제(Out-bound Economy)’가 아닌 ‘들어오는 경제(In-bound Economy)’로 전환할 수 있는 의사결정 기구를 신설하여 지속적 생존 시나리오(교육, 주거, 환경, 편의 시설 등)를 개발해야 그나마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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