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아주경제DB]

저축은행 업계에서 저축 기간이 긴데도 금리는 낮은 금리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돈을 오래 맡기면 금리가 높아지는 것과 대비된다. 이는 최근 크게 오른 수신(예·적금) 금리를 의식한 행보다. 당장 높은 금리로 장기간 자금 확보에 나서는 것보단, 내년 시장 상황에 맞춰 고객을 다시 모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예금 3.75%인데, 2년은 3%?
1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이 취급 중인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1·2년 만기 모두 평균 연 3.48%로 동일했다. 지난해 같은 날 기준으로 2년 만기(연 2.14%)가 1년 만기(연 2.11%) 금리를 상회했던 데서 흐름이 바뀌었다.
 
1년 금리가 2년보다 높은 상품도 상당수 등장했다. 머스트삼일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의 정기예금과 비대면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각각 연 3.2%, 연 3.75%에 달한 반면, 2년은 연 2.8%, 연 3%에 그쳤다. 1·2년 상품 간 금리 차이가 0.75%포인트나 벌어진 셈이다.
 
삼호저축은행도 상황은 같다. 이 은행의 정기예금과 비대면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연 3.7%로 2년 만기(연 3.25%)를 각각 0.45%포인트씩 앞질렀다. IBK저축은행 역시 1년 만기(대면·비대면)가 각각 연 3.4%, 연 3.5%로 2년 만기(연 3%, 연 3.1%)보다 0.4%포인트 높았다. 이외 대아저축은행, 엠에스저축은행 등에서도 금리 역전현상이 벌어졌다. 1·2년 상품 간 금리가 동일한 현상은 이미 보편화됐다.
 
이 같은 금리역전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높은 조달 금리’에 대한 부담감이다. 올 들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25%까지 끌어올리면서, 수신(예·적금) 금리는 사상 최대치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이미 연 4%대의 예금 상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금리가 큰 매력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이에 차라리 1년 예금 비중을 늘려 “단기적 대응에 집중하자”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년에는 금리가 다시 하락 전환할 거란 전망도 나오는 만큼, 차라리 그 편이 운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유리할 거란 판단이다. 이러한 기조는 소형 저축은행일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선) 굳이 지금의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 2년 이상의 자금 확보에 나설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보단 내년에 금리가 좀 떨어지면 그때 수신고객 재모집에 나서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저축은행이 1년 만기 상품을 선호하는 영향도 있다.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 환경이 계속 변하는 상황에서 1년 단위로 예금을 관리하는 게 2~3년 단위로 예금을 관리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적기 때문이다. 예금액이 아무리 많아도 대출할 곳이 없다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가 난다.
 
올 하반기 대출 시장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하다. 7월부터 금융당국이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을 경우,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 중 40%를 넘으면 추가 대출을 금지하는 '차주단위 DSR 3단계'를 시행한 영향이 크다. 이후 업계에서는 가계대출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대출 역시 최근 당국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취급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기조가 강하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올해 말까진 이러한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부터 대출수요가 줄고 있는 상황에, 2금융권이 받는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수신도 여신도 어려운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금·대출금리 격차도 ‘사상 최저치’
저축은행 수익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간 차이)도 지속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1년) 금리는 연 3.18%로 작년 말(연 2.47%)보다 0.71% 포인트가 뛰었다. 반면, 대출 금리의 상승세는 더뎠다. 저축은행의 일반대출(기업·가계대출 포함) 금리는 같은 기간 동안 0.31%포인트(9.48%→9.79%) 오르는 데 그쳤다.
 
불과 반년 새 예대금리차가 7.01%에서 6.61%까지 좁혀진 것이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당분간 이러한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순이자마진(NIM)은 하락 전환한 지 오래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OK·한국투자·웰컴·다올·NH·하나·JT·키움·키움예스·스마트·흥국·드림저축은행 등 13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평균 NIM은 4.98%로 전년 말(5.6%)보다 0.62%포인트가 떨어졌다.
 
수익성 하락도 이미 가시화됐다. 지난 1분기 5대 대형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당기순이익은 1711억원으로 전년 동기(2290억원)보다 25.3% 줄었다. SBI를 제외한 4곳의 실적이 일제히 악화됐다.
 
급팽창하고 있는 다중채무자도 부담이다. 저축은행권의 4월 기준 다중채무액은 2017년 말보다 78.0% 늘었다. 특히 지방 저축은행의 경우, 지역 할당제에 따라 지역 내에서 일정 수준의 영업 비중을 유지해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고금리로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도 (지방 저축은행은) 지역 내 일정 수준의 영업 실적을 채워야 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며 “현재도 전체 여·수신 중 80% 이상이 수도권에 쏠려있는 상황에, 소형업체들의 고충은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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