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상반기 역대급 적자 14조원↑...하반기도 가시밭길 예고

매출 3.3조원 증가했지만...영업비용 17.4조원 폭등

한전, '비상대책 위원회' 운영해 재무구조 개선 대응

연료가격 고공행진 계속..."원가주의 전기요금 필요"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한전)이 적자 늪에 더 깊게 빠졌다. 올해 상반기 한전 적자 규모는 지난해 수준을 월등히 넘어선 가운데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모양새다.

12일 한전은 상반기 결산 결과 매출액이 31조9921억원, 영업비용은 46조2594억원으로 영업손실 14조303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손실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조1160억원 증가했다. 이는 전력판매량 증가와 요금 조정 등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조3073억원 증가했으나 영업비용이 연료가격 급등 등으로 17조4233억원 폭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기판매수익은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지난해 상반기 73.9%에서 77.1%로 증가하고 같은 기간 연료비 조정요금 단가는 킬로와트시(kWh)당 -3.0원에서 0.0원으로 3원 올랐다. 올해 4월부터는 전력량요금이 kWh당 4.9원, 기후환경요금이 2원씩 인상됐다.

한전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지출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력수요 증가로 자회사발전량은 전년 동기 대비 7.4테라와트(TWh) 늘어났으며 민간 발전사 구입량도 5.3TWh 증가함에 따라 자회사 연료비는 6조8239억원, 민간발전사 전력구입비는 9조6875억원씩 증가했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전력시장가격(SMP)이 2배 이상 오른 것도 한전 영업비용 증가에 보탰다. LNG는 톤(t)당 지난해 상반기 57만7700원에서 올해 134만4100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연탄은 99달러에서 318달러로 221% 이상 폭등했다. 그 결과, 상반기 SMP 평균 비용은 지난해 kWh당 78원에서 올해 169.3원으로 117.1% 올랐다.

한전은 사상 최대 영업손실과 재무구조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그룹사 사장단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한전은 부동산, 출자지분, 해외사업 등 비핵심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며 투자 사업의 시기 조정과 비용 절감 등 자구책도 마련했다.

한전은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과 연계해 원가주의 원칙에 입각한 전기요금 정상화와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해 정부와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전 적자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름철 전력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전 매출액도 늘고 있지만 연료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에 전기를 판매할수록 적자 규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3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를 연간 최대 인상 폭인 kWh당 5원을 올려 하반기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작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해 원가주의에 기반한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