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하는 ESG] 불황에, 고금리에···기업 'ESG채권' 허리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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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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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SG 붐 타고 지난 3년간 158배 급증

  • 올 상반기 발행규모 31조로 34% 뚝

  • 채권시장도 '우량 회사채' 위주 선회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속도 조절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과 글로벌 주요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무턱대고 거창한 목표를 발표하는 보여주기식보다는 불황에도 점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ESG 문화가 확산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 사이에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지난해까지 봇물처럼 쏟아지던 ESG채권 발행도 올해는 그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SG채권은 기업이 ESG 관련 목적에 자금을 쓰고자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에 따라 녹색 채권, 사회적 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ESG채권은 지난해까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채권은 2018년 상반기에는 3000억원 발행에 그쳤으나 2019년 상반기 7조2300억원, 2020년 상반기 33조8148억원에 이어 지난해 47조6555억원으로 매년 대폭 늘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만에 발행 규모가 158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흐름이 크게 바뀌었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ESG채권 규모는 31조366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34.18%(16조2895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올해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 혼란과 글로벌 주요국의 고금리 정책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이전만큼 ESG에 힘을 쏟기가 어려운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장 생존 문제가 불거지면서 ESG에 대한 투자금 모집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채권시장에서도 ESG채권에 대한 시각 변화도 눈에 띈다. 기존에는 ESG채권에 대해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를 부여하는 일종의 프리미엄이 있었으나 올해는 사라졌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는 ESG채권에 다소 낮은 금리로 투자하는 채권 투자자가 상당수 있었으나 올해는 시장 상황이 급격히 변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미국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국내 회사채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은 결과 일부 우량 회사채 위주로 투자가 몰리고 있으며, 비우량 회사채나 ESG채권 등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시들한 상태다.

이에 기업으로서는 불황기에 ESG채권 발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업이 당장 ESG에 집중하기도 어려울뿐더러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 심사 등 준비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ESG 이외 목적에도 조달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계산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ESG채권 발행을 이끌었던 일반 기업이 올해는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울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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