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자금 조달 경고등] 예금 금리 매력 '글쎄'…퇴직연금도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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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2-08-0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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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저축은행의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의 수신(예·적금) 상품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도 이를 의식해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차이가 벌어지질 않는다. 이 경우, 고객들은 1금융권인 은행을 당연히 선호할 수밖에 없다. 자금 조달의 대부분을 수신 상품에 의존하는 업권 특성상 치명적인 상황이다. 특히나 저축은행 예금의 경우 연말, 연초 등 특정 기간에 만기가 쏠리는 현상을 보여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예금 금리, 저축은행 뛰어넘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조만간 연 4%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리가 가장 높은 건 우리은행의 ‘우리 첫 거래 우대 정기예금(연 3.6%)’이다. 가입 절차도 간단하다. 기본금리 연 2.6%에 첫 거래일 경우 우대금리 1.0%포인트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 정기예금’과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금리도 각각 연 3.4%에 달한다. 이는 모두 저축은행 업계 평균인 연 3.39%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신한 예금 상품은 기본금리 연 3.25%에 우대금리 연 0.15%로 구성됐다. 우대금리조건도 △적금 가입 △1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실천 서약 △비대면 가입 △예금주가 만 65세인 경우 중 하나만 채우면 돼 전혀 까다롭지 않다. 농협 상품도 별도의 조건 없이 만기까지 유지만 하면 해당 금리를 보장해준다.
 
적금 금리 상승세는 더 빠르다. 최대 연 7% 금리를 보장해주는 상품도 등장했다. 우리은행의 ‘우리 매직 적금 by 롯데카드’가 대상이다. 롯데카드 신규 고객이 적금 만기까지 신용카드로 600만원을 사용하고 매월 자동이체 1건만 등록하면 된다. 이외 농협은행의 ‘걷고 싶은 대한민국 적금’(연 6.35%)과 신한은행 ‘신한 쏠만해 적금’(연 5.30%), 하나은행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연 5.0%) 등도 최고금리가 연 5%를 웃돈다.
 
이에 힘입어 시중은행엔 빠르게 뭉칫돈이 몰려들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총 수신 잔액은 총 722조5603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초(701조3261억원)와 비교하면 21조2342억원가량 늘었다. 증가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예·적금 잔액은 750조5658억원으로, 전달보다 28조원가량이 증가했다. 이는 상반기 전체 증가분을 넘어선다.

저축은행 입장에선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전체 수신 중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즉 은행에 큰돈이 쏠릴수록,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곤 있지만, 은행과 큰 차이는 없다. 현재 금리가 가장 높은 건 다올저축은행의 비대면 상품으로, 연 3.75%가 적용된다. JT친애·고려·모아·융창·인천·참 저축은행은 연 3.70%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우리은행 상품과 비교하면 최대 0.15%포인트밖에 차이가 벌어지질 않는다.
 
여기서 더욱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기존 여신(대출)상품의 경우 고금리 비중이 월등히 높아, 기준금리 인상분을 그대로 반영하기는 힘든 구조다. 따라서 더 높은 수준까지 예금 금리를 올리면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등 다른 조달 창구도 '가시밭길'
다른 자금 조달 창구도 상황이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의 자금 수신 경로는 정기예금을 제외하면 퇴직연금, 증권사 연계를 통한 기관자금 예치, 금융사 자금 확보 정도로 분류된다.
 
이 중 퇴직연금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시행 이후,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한 상황이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때,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문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중 저축은행 상품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단 점이다. 다른 업권과 달리 퇴직연금감독규정상 1인당 가입 한도(5000만원) 제한이 있는 게 이유다. 이후 수신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 난항을 겪게 될 건 사실상 자명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향후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적극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탁상품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신탁상품을 운용할 때 저축은행 상품을 택하는 이유로는 재무안정성과 높은 금리 등이 거론돼왔는데, 현 상황에서는 매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하지만 부보금융기관(예금이 부분 보장되는 금융기관) 간 자금 조달로, 예금보험료를 내지 않아 추가금리를 받을 수 있는 건 여전한 강점이다.
 
최대 고비는 예금 만기도래가 몰린 연말과 연초다. 이 시점에 만기가 적용되는 상품 규모만 수조원이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뾰족한 재예치 방안이 없다. 이에 중앙회는 최근 수신 상품 만기 시점을 적극 분산시킬 것을 권유하고 있다. 13~18개월 예금 등을 일시적으로 운용하는 식이다. 회전식 정기예금과 파킹통장 비중 확대도 대안 중 하나다. 회전식 예금을 일정 주기로 금리가 바뀌고, 파킹통장은 단기간 보관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라 만기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
 
피해는 대형업체보단 소형업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SBI, OK, 웰컴 등 대형업체의 경우, 이미 선제적 대비책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형사의 경우) 중금리 상품을 적극적으로 취급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법적 최고금리도 많이 내려와서 영업환경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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