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물가 충격]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추석...폭염에 장마까지 여전히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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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8-0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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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중 민생안정대책 발표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6%대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난 지난 7월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본격적인 명절 준비가 시작되기도 전에 배추와 무, 축산물 등 성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명절 상차림 비용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장마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다음달 명절 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더 크게 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비축물량 조기 방출 등 농·축·수산물 공급 확대, 할인행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가속페달을 밟은 물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배춧값 1년 전보다 133% 올라...상차림 비용 압박 커져
정부가 추석 성수품으로 지정한 13개 품목(배추·무·사과·배·달걀·닭고기·소고기·돼지고기·밤·대추·마늘·양파·감자) 가운데 출하 전인 사과와 배, 달걀을 제외한 10개 품목의 이달 평균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배추 10kg 도매가격은 2만1980원으로 1년 전(9428원)보다 133% 뛰었다. 같은 날 기준 무 20kg의 가격은 2만3040원으로 전년(1만4024원) 대비 64.3%올랐다.

배추와 무 가격은 당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폭염과 기습적인 소나기가 반복되면서 노지에서 재배되는 작물들에 무름병 등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배추에 석회 결핍과 무름병이 발생하면서 7월과 8월 배추 출하량이 평년보다 각각 13.5%, 7%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8월 도매가격 역시 평년보다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양파와 마늘, 감자 도매가격도 지난해보다 높다. 같은 날 양파는 15kg당 2만2100원에 거래되면서 1년 전(1만1835원)보다 86.7% 올랐다. 감자는 20kg에 4만320원으로 지난해(2만6432원)보다 52.5%, 깐마늘(국산)은 20kg에 17만3833원으로 1년 전 16만1571원보다 7.6% 올랐다.

축산물 가격 오름세도 거침없다. 지난달 28일 한우 안심 100g 가격은 1만6694원으로 1년 전(1만6415원)보다 1.7% 올랐다. 같은 기간 삼겹살 100g도 지난해(2660원)보다 1.7% 오른 2709원이었다. 닭고기(1kg) 역시 5676원으로 지난해(5608원) 대비 1.2% 올랐다.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왔지만, 물가 오름세는 거침없다. 정부는 오는 9~10월에는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각에서는 지금 물가를 잡지 않으면 11월 김장철에는 더 크게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월 소비자물가 두 달 연속 6%대 예상...폭염·장마 악재 수두룩
거침없는 물가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오는 2일 통계청이 발표하는 '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된 에너지·곡물가 상승세와 원자재 공급망 차질 등이 겹치고 있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품목별로 보면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과 서비스가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석유류(39.6%)와 가공식품(7.9%)을 비롯한 공업제품은 1년 전보다 9.3% 올랐다. 2008년 9월(9.3%)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다.

6월에 이어 7월에도 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하면, 1998년 10월(7.2%)~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해 사실상 두 달 연속 6%대가 점쳐진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조금씩 안정세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등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앞서 정부도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6%대로 예상한 바 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달 29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7월 소비자물가는 장마·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지난달에 이어 6%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발생하는 점도 물가에는 악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추가적 인플레 압력, 폭염 보고서'에서 "폭염이 지속되면 농·축·수산물 등 서민 경제와 관련이 큰 식탁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전국 평균 폭염(일 최고 기온이 33도 이상) 일수는 6.5일로, 같은 기간의 평년값(4.9일)을 웃돌고 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될 경우 연간 평년값(11.0일)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의 인식 역시 물가 상승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향후 1년에 대한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보다 0.8%포인트 오른 4.7%였다. 한은이 해당 집계를 시작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달 중 추석 민생안정대책 발표...비축물량 방출, 할인행사 등
정부는 이달 중으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나오는 명절 물가 대책인 만큼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쏠린다.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비축물량 조기방출이나 할인행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민생경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이라며 "예년보다 이른 추석에 대비해 밥상물가 안정과 필수 생계비 경감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사과와 배, 무, 배추, 소고기 등 주요 성수품을 대상으로 한 할인 행사도 확대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설에는 정부와 생산자단체 등이 함께하는 직거래장터·특판장 등을 약 2700곳을 열고, 최대 50%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할인행사, 비축물량 조기 방출 등을 중심으로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라면서도 "물가에는 여러 변수가 혼합해 작용하는 만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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