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다 부채 구조조정 '차일피일'
  • 전기車 팔고, 인력 감축에 토지 압류설도
  • '대마불사' 中 부동산 3위 재벌의 추락

헝다그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의 부채 구조조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부채만 390조원가량으로 워낙 방대한 데다가,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시장 불안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 지도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올가을 20차 당대회 전에 부동산 민심 안정을 위해서라도 헝다 구조조정 문제를 매듭짓길 바라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전망이다.
 
헝다 부채 구조조정 ‘차일피일’
실제 헝다는 이달 내 공개하기로 했던 부채 구조조정 계획을 결국 발표하지 못했다. 

30일 중국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헝다그룹은 전날 밤 역외 채권자와 소통을 통해 역외부채 구조조정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현재 그룹 핵심사업에 대한 실사는 기본적으로 마무리했고, 올해 안으로 세부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하반기 만기 도래한 역외 채권 원리금을 갚지 못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진 헝다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부채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해왔다. 원래대로라면 헝다는 이달까지 약 2조 위안(약 390조원)  규모의 부채 처리를 위한 세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기로 했으나, 결국 마감시한을 지키지 못한 셈이다. 

사실 시장은 이미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을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시장 심리가 워낙 악화한 데다가, 얼마 전 헝다그룹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자회사의 빚보증 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는 등 내부적으로 잡음도 많았던 탓이다. 

헝다의 한 채권자는 블룸버그에 “실망스럽긴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라며 “회사는 사실상 거의 좀비 상태나 다름없다. 그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헝다가 이날 향후 역외 부채 상환을 위한 구조조정 진전 상황과 원칙을 설명했다는 점이다. 그간 역외 채권자들은 헝다 부채 구조조정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우려해왔다.

이날 헝다는 역외 채무는 헝다가 직접 발행한 227억 달러 규모의 달러채를 비롯, 역외 자회사가 담보 제공하거나 혹은 헝다그룹이 환매를 약속한 달러채, 헝다그룹 및 자회사의 역외 기타 채무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채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 모든 채권자를 공정하게 대우한다는 원칙이 채무 구조조정에 반영될 것임도 강조했다. 역외 채무 상환을 위해 헝다자동차나 헝다물업 같은 자회사 지분 매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옌웨진 중국 부동산 전문 분석가는 헝다가 역외 채무 범위와 몇 가지 원칙을 발표한 것은 채권자를 달래기 위함이라며, 채권자의 불안감을 해소해 부채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헝다로선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 전 주요 채권자와 원칙적으로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동요하는 부동산 경기와 민심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그동안 헝다의 부채 구조조정안은 부동산 경기 침체 속 유동성 위기에 처한 다른 부동산 업체가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최근 디폴트에 빠진 중국 부동산업체 대다수가 부채 구조조정안을 제시하기보단 꾸역꾸역 채권 만기를 연장하며 연명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하지만 헝다의 부채 구조조정 발표 연기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기車 팔고, 인력감축에 토지 압류설까지
최근 자금난에 빠진 부동산 업체들의 아파트 공사 중단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입주민들의 주택담보대출 상환 거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등 중국 부동산 경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레이팅스는 이로 인해 올해 중국의 부동산 판매가 약 3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장다웨이 중위안부동산 수석애널리스트는 증권일보를 통해 "헝다가 올해 안으로 구체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도 크지는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부동산 시장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로선 중단된 아파트 공사를 재개해 주택을 얼마나 많이 인도하느냐를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현재 헝다그룹 주택 판매 매출로는 부채 위기를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헝다그룹이 이날 함께 공개한 상반기 실적은 형편없다. 헝다의 상반기 아파트 판매계약은 122억6000만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97% 쪼그라들었다. 

그래도 헝다는 현재 전국적으로 미완공된 아파트의 96%에서 건설을 재개하고 있다며 주택 완공 후 인도에 속도를 낼 것이란 의지를 내비쳤다. 헝다로선 어찌됐든 주택을 팔아야 그나마 자금 조달에 숨통을 틔울 수 있기 때문이다.

헝다그룹은 29일 자회사 헝다전기차의 첫 전기차 모델인 ‘헝츠5’가 지난 7일부터 사전예약을 시작한 이래 모두 3만7000대의 주문을 받았다고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오는 9월 20일부터 양산을 시작해 10월 차량을 인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기차 사업은 헝다그룹이 최근 유동성 위기 속 사활을 걸고 있는 사업이다. 전기차 부문에서 발생한 매출로 그룹 내 재무 흐름을 개선하겠다는 심산이다. 

자산 매각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헝다는 홍콩 현지 본부인 헝다중심빌딩을 현재 시장에 헐값에 매물로 내놓았다. 7년 전 125억 홍콩달러에 매입한 이 빌딩의 시세는 현재 약 90억 홍콩달러(약 1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이 밖에 인력 감원과 감봉도 추진 중이다. 헝다는 본사 경영인력을 기존의 2176명에서 712명으로 67% 이상 감축하고, 지방의 중견급 간부를 1706명에서 776명으로 54% 줄였다고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감봉 등을 통해 경영관리 비용을 줄이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최근엔 헝다가 보유한 미개발 중인 토지를 정부가 압류해 이를 타 부동산기업에 되팔아 조달한 자금을 헝다의 미완공 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블룸버그를 통해 흘러나온 바 있다.
 
'대마불사' 中 부동산 3위 재벌의 추락
헝다그룹은 한때 ‘대마불사’라 불리던 중국 부동산 3대 재벌이다. 부동산이 본업이지만 전기차, 테마파크, 스포츠, 금융보험 등 사업으로 확장하며 총자산만 2조3000억 위안(약 420조원)에 달한다. 중국 280개 이상의 도시에서 1300개 이상의 아파트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며, 관리하는 부동산 총면적만 3억㎡다. 

수년간 중국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거액의 채권을 발행하고 은행에서 막대한 돈도 빌렸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빚을 진 부동산 기업이라는 말도 있다. 

부동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중국 부동산 시장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돈줄에 문제가 생겨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다. 

결국 협력사 대금결제 연체가 잇따르다가 9월부터는 역외 채권 원리금 상환 위기가 고조되며 디폴트 처리됐다. 중국 정부도 즉각 실무팀을 헝다에 파견하고 위험관리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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