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보기 힘든 '메소포타미아 문명' 전시...'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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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07-2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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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 메소포타미아실서 66점 전시

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품전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 전시 설명회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직접 보기 어려운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서울 용산구 상설전시관에 ‘메소포타미아실’을 신설하고 국립 박물관 최초로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주제로 한 전시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을 오는 22일부터 개최한다. ’사자 벽돌 패널’ 등 66점이 전시됐다. 

메소포타미아 문화유산을 선보이는 국내 최초 상설전시로, 세계적인 메소포타미아 소장품을 보유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공동 기획했다. 전시는 오는 2024년 1월 28일까지 1년 6개월간 열린다.

‘메소포타미아, 저 기록의 땅’은 국립중앙박물관이 2019년에서 2022년까지 운영한 이집트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인 세계도자실에 이어 개최하는 세 번째 주제관 전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인류 최초로 문자를 사용해 당시의 철학과 과학을 후대에 전하며 인류 문명이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고대 문명이다”라며 “하지만 이집트 문명과 같은 다른 고대 문명에 비해 크게 조명받지 못해 내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라고 설명했다.

승계와 상속에 관한 대화를 적은 점토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이번 전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주요 성취를 소개하되 전문적 배경 지식이 없이도 관람할 수 있도록 문자, 인장, 종교, 초상 미술 등을 접점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문화 혁신’은 도시의 탄생으로 시작한다.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최초로 문자를 사용했고, 최초의 도시가 탄생했다”라고 말했다.

두 강 사이를 뜻하는 메소포타미아는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을 끼고 거대한 도시를 만든 뒤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노동이 분업화·전문화되고 신전을 중심으로 물품의 수합과 재분배가 이루어지면서 사제 계급과 정치 계급이 통제권을 갖는 위계 사회로 나아갔음을 그릇을 키워드로 해 설명한다.

쐐기문자의 창안은 메소포타미아가 이룬 대표적인 문화 혁신이었다. 문자로 교역과 거래의 내용을 기록하였으며, 추상적인 개념을 발전시키고 주변 세계에 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갔다.

문자 창안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원통형 인장도 발명되었다. 전시에는 13점의 쐐기문자 점토판 문서와 11점의 인장을 선보인다. 작은 점토판에 빽빽이 담긴 고대 메소포타미아인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각 점토판의 내용과 해설을 담은 키오스크를 별도로 배치했다.

5단 곱셈표, 가축 용어, 처방전, 유산 배분과 관련된 문서들이 현재 벌어지는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놀랍다.

2부 ‘예술과 정체성’에서는 개인의 정체성을 표현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인장 역시 인장의 소지자가 섬기는 신과 글을 도안에 넣어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쓰였다.

우르의 왕실 묘에서 발굴된 장신구들은 착용자의 신분을 드러내거나 죽은 자가 지하세계에 내려갔을 때 힘을 보태기 위해 고가의 수입 재료를 포함한 재료의 물성에 따라 맞는 형태를 선택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 학예연구사는 “금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구해 온 천금석 같은 구하기 힘든 재료로 목걸이를 만들었다”라며 “당시 빛이 반사되는 것은 신처럼 여겨졌다”라고 설명했다.

‘초상’에 대한 메소포타미아인들의 태도는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주제이다.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인물상을 만들 때 개별 인물의 개성적 특징을 본뜨는 것이 아니라, 지위와 업적에 걸맞은 이상적인 속성을 조합했기 때문에 개별 상의 생김새는 매우 유사하다.

구데아, 우르-남마의 상에는 누구의 상인지 밝히는 명문이 몸체에 남아 있어, 글과 상의 보완적인 관계를 잘 알 수 있다.

'사자 벽돌 패널' [사진=국립중앙박물관] 


3부 ‘제국의 시대’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대표하는 두 제국인 신-앗슈르(신-아시리아) 제국(기원전 약 911~612년)과 신-바빌리(신-바빌로니아) 제국(기원전 약 626~539년)의 대표적인 예술을 다루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후반기에 등장한 두 제국은 정복 전쟁과 강력한 통치력 못지않게 왕성한 예술 활동으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 신-앗슈르 제국은 궁전 내부를 장식한 아름다운 석판 부조로 이름이 높았다.

‘조공 행렬에 선 외국인 마부’는 당시의 정세를 정교한 조각 기술로 담은 작품이며 ‘강을 건너라고 지시하는 앗슈르 군인’ 등이 전시됐다.

신-바빌리 제국은 수천 년 전통의 벽돌 제작 기술을 한층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 수도 바빌리(바빌론)에 당시 세계가 경탄할 만한 건축물을 세웠다.

메소포타미아 건축을 통틀어 가장 잘 알려진 이쉬타르 문·행렬 길을 장식했던 ‘사자 벽돌 패널’ 2점이 전시된다. 전시의 마지막은 이 모든 성취의 바탕에 소박한 벽돌 한 장이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장식 벽돌로 끝맺는다.

전시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네 편의 영상도 준비했다. 전시에 출품된 인장을 실제로 사용하여 인장 찍는 법을 알려주는 영상과 그 인장에 대한 큐레이터의 상세한 설명 영상이 1부에 상영된다.

전시품을 대여한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고대근동미술부의 킴 벤젤 부장과 나눈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관한 이야기도 2부에서 들을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세계관과 예술적 성취를 주제로 한 4m 높이의 미디어큐브가 관람객을 맞는다. 메소포타미아를 상징하는 땅과 강,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인장 그리고 일상을 빼곡하게 기록한 쐐기문자가 담겨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고대근동학회와 협력하여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지명과 인명을 쓰는 대신 악카드어 원어의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하였다. 악카드어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보편적인 공용어로 사용된 언어이다. 전시는 무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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