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무일 전 검찰총장 "디지털 수사는 '수사 주권' 갖는 것"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신진영 기자
입력 2022-07-20 1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검찰 수사는 '팩트 파인딩'...검찰은 전문성을 키우기 최적의 직업"

  • "'검수완박'은 혹세무민의 결과, 수사·기소 분리는 말도 안되는 소리"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의 과학 수사 기법을 끌어올린 선구자로 평가받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61·사법연수원 18기)이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가능하려면 신뢰가 필요하다"며 "불신의 간극을 회계분석과 디지털 포렌식으로 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총장은 지난 15일 서울 서초동 한 카페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기업 컨설팅'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대검 중수부에 있을 때 회계분석수사팀과 디지털수사팀을 만들었던 경험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수사 주권'을 잃을까 걱정했다. 문 전 총장은 이들 팀을 만들 때 윗선에 "사회는 점차 고도화하는데 검찰 수사도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호소했다고 했다.

문 전 총장은 지난 1일 서울 충무로에 '투명경영연구소'를 설립했다.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에 기반해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다. 연구소 대표는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연수원 21기)이 맡고, 검찰 출신 직원 7명이 합류했다. 직원 중에는 공인회계사도 있다. 문 전 총장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대로 잡혀 있는 미국은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이 퇴임할 때 (투명경영연구소 같은) 팀을 불러 '스크리닝(screening)'을 받는다"고 말했다. 

문 전 총장은 오는 8월부터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합류한다. 앞서 설립한 '투명경영연구소'는 소유만 할 뿐 세종 대표변호사 외 다른 직책은 갖지 않기로 했다. 다음은 문 전 총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다음 달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 3년이 끝나면서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로 합류한다.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을 융합한 '기업 컨설팅'을 하려고 했다. 로펌들이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했지만 서로 뜻이 맞지 않았다. 기업 컨설팅을 하는 '투명경영연구소' 설립 막바지 단계 때 법무법인 세종에서 연락이 왔다. 내 계획을 말했고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세종에서는 연구소에서 따로 직책은 갖지 말고, 연구소를 소유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8월부터는 법무법인 세종 일에만 전념해야 한다." 
 
◆소유와 경영 간극을 메우는 '회계 분석+디지털 포렌식'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을 융합한 기업 컨설팅'은 무엇이고, 투명경영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된다. 초임 검사장 시절 '미국 500대 기업 흥망사'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 보면 '기업을 무에서 유로 일궈내는 능력하고, 일궈진 기업을 성장시켜 꽃피우는 능력은 다르다'와 '기업의 흥망과 존망을 '생물학적인 우연'에 맡기는 건 어리석다'는 문장이 있다. 

기업을 소유하지 않으면 '책임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게 일종의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불신의 갭'을 메워주는 도구가 회계 분석이다. 투명경영연구소는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을 통해 기업 컨설팅을 해주는 곳이다. 이 같은 '신뢰의 징검다리'가 생기면 기업도 과거처럼 돈을 빼돌리는 범죄를 덜 저지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포렌식과 회계 분석을 도입해 검찰 수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인물로 꼽힌다. 
"대검 중수부에 있을 때 회계분석팀과 디지털수사팀을 만들었다. 2004년 대검 특별수사지원과장이었는데, 중수부에서 자금 추적을 담당했다. 당시 자금 추적은 일선에서 '수공업'으로 이뤄지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그때 윗선에 회계분석팀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연구관부터 중수부장까지 설득하는 데 3개월 걸렸다.

가령 '기업의 자회사 밀어주기'는 회계 분석을 통해 충분히 밝혀낼 수 있다고 했다. 회계사들도 필요했는데 윗선에서 회계사들이 뭘 아냐고 하더라. 회계사들이 보는 회계장부와 수사관들이 보는 회계장부는 명백히 다르다. 수사관들은 회계장부로 '팩트 파인딩(fact finding)'을 한다. 회계 분석을 통해 문제점과 인과관계를 찾는 것이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디지털 수사 하지 않으면 '수사 주권' 잃는다" 

-새로운 팀원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회계분석팀을 만들려고 하니 사람이 필요했다. 문득 대검 중수1과 '공적 자금 비리 합동 단속반'에 부부장으로 파견을 갔을 때 만난 사람이 떠올랐다. IMF 사태 때 정부가 공적 자금 수십조 원을 들여 기업들을 지원했지만 전부 망했다. 해당 기업들은 분식회계를 공공연하게 했는데, 검찰에서 그들을 사기·횡령·업무상 배임 등을 적용해 수사했다. 당시 사건을 송치받은 곳이 예금보험공사다. 그분은 예보에 있는 '부실 기업 특별조사단'에 파견을 갔던 검찰 수사관이었다. 

다들 대검에 회계분석팀을 새로 만들었다고 하니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에서 사람을 데려올 것이라 생각했다. 이 사람이 회계분석팀에 꼭 필요하다는 걸 설득하는 데 3개월 걸렸다. 그는 '부실 기업 특별조사단'에서 200곳 가까운 기업을 조사했는데, 기업 유형별로 분석과 수사 과정 등을 빼곡하게 기록해 놓는 사람이었다. 그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트 서너 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렇게 팀원을 채웠다. 지금 대검 수사에 있어서 회계분석팀이 없으면 압수수색을 하지 못한다."

-2005년 디지털수사팀도 만들었다. 
"당시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실 산하에 과학수사담당관실과 디지털수사담당관실을 만들었다. 이제 데이터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수사를 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기업 수사를 하면서 기업의 장부를 봐야 하는데 모든 장부는 컴퓨터에 들어 있기 때문에 디지털수사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력을 어디서 충원해야 하는지가 문제였다. 중수부에 디지털팀이 필요한데 일선 수사 지원을 다 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디지털팀을 중수부에서 분리해 '디지털 과학수사 2담당관'을 만들었다. 디지털 분석을 하는 팀이고 초대 과장으로 갔다.

디지털수사팀을 만들 때 "디지털 수사를 할 수 없으면 '수사 주권'을 뺏긴다"고 호소했다. 우리나라 기업과 미국 기업 간에 분쟁이 생긴다면 우리나라 컴퓨터 자료를 미국으로 다 보내야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 기업 정보를 다 가져가고, 자기들에게 불리한 자료는 내놓지 않거나 숨긴 뒤 내놓을 것이다. 결국 디지털 수사를 못하면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없다."
"
 

문무일 전 검찰총장[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검찰의 '전문성'이란 무엇인가. 
"일을 하면 할수록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이 검찰이다. 모든 분야가 전문화될 수 있고, 전문화될 필요가 있다. 형사부라 하더라도 전문화시킬 수 있다. 다들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곳보다는 '더 나아 보이는 곳'을 원한다. 내가 맡은 일을 빛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 빛나는 곳에 가도 내가 빛날지는 미지수다."
 
◆"검찰총장의 덕목은 중립성···수사·기소 분리 '혹세무민'"

-윤석열 정부 첫 검찰총장이 아직 '공석'이다. 차기 검찰총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란. 
"검찰총장의 덕목은 중립이고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 검찰총장은 중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끝없는 자기 절제가 필요하다. 만약 한쪽을 굳이 선택해야 한다면 힘이 없는 쪽 편을 들어줘야 한다."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웃옷을 벗어 흔들며 "누가 검찰을 흔들고 있냐"고 한 말이 인상 깊었다. 
"당시 언론에서 "검찰이 흔들린다"고 그랬다. 내가 웃옷을 벗어 흔든다고 치자. 머리가 손을 흔들게 해서 옷이 흔들리는 것이다. 자꾸 본질을 흐리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검찰 중립성은 끊임없이 도전을 받는다. 검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검찰은 권력자를 겨냥하는 수사를 하게 되고, 권력자는 검찰을 통제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현재 총장 없는 인사가 세 번이나 단행되면서 '바지 총장'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검찰총장을 검찰 인사하고 연결시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총장은 처음부터 인사권이 없다.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직무 수행은 검찰총장이다. 기업으로 따지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 것. 검찰청법 34조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 보직을 제청한다'고 돼 있다. '들어'라는 문구는 아무 의미도 없다. 검찰총장이 힘을 갖는 건 업무 지휘권이다. 업무 지휘를 듣고 안 듣고는 다른 문제다. 듣게 하는 건 설복밖에 없다."

-'검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수사와 기소는 애초에 분리가 되지 않는다. 수사의 끝이 기소다. 수사를 하지 않은 사람이 기소 결정을 할 수 없다. 수사와 기소 분리가 가능하다고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재판과 판결 선고도 분리 가능해야 한다. 재판과 판결 선고를 분리할 수 있으면 수사와 기소도 분리가 된다. 국민을 상대로 이렇게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혹세무민도 도를 넘어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