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적발되는 마약사범…안전지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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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2-07-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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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유흥주점에서 손님이 건넨 술을 마신 종업원이 숨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던 중 약 2000명이 투약할 수 있는 마약이 발견되고, 서울 시내 숙박업소에서 마약을 투약한 남성들이 발견되는 등 관련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등이 겹치면서 직접 구매하고 투약이 이뤄지던 마약 범죄의 수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면서 2030세대는 물론 10대들도 마약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학생, 회사원, 가정주부들까지 마약에 노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전담할 부처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 등에서 수사를 하고 있지만 마약 수사·단속이 분산돼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 잇따라 적발되는 '마약' 관련 사건

지난 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유흥주점에서 여성 종업원과 남성 손님이 잇따라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여성 종업원은 남성이 건넨 술을 마셨고, 경찰은 해당 술잔에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들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9일 경찰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강남경찰서는 20대 손님 A씨의 차 안에서 발견된 마약 추정 물질이 총 64g에 달한다고 밝혔다. 통상 1회분이 0.03g인 점을 고려할 때 64g은 2100여명이 한 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손님 A씨는 종업원 B씨가 숨지기 2시간 전인 오전 8시 30분께 주점 인근 공원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A씨 역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은 A씨의 차 안에서 발견된 흰색 가루 64g에 대한 성분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했다. 또 A씨가 어떤 경로로 이 물질을 얻게 됐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지난달 13일 서울 송파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20대 남성과 5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만나 마약을 투약하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에게 덜미를 잡혔다.

같은 날 서초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도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한 20대 남성 2명과 20대 여성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 '마약 청정국'은 옛말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유엔은 마약류 사범이 10만명당 20명 미만일 때 마약 청정국으로 지정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16년 기준을 넘은 25.2명 발생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발간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6153명에 달하고, 드러나지 않은 암수 마약 범죄는 이보다 10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SNS, 포털사이트를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거 직접 거래를 했던 것과는 달리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지면서 마약에 접근이 쉬워져 호기심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단속된 국내 마약사범 1만6153명 중 20대가 5077명(31.4%)으로 가장 많았다. 30대(4096명·25.4%)와 40대(2670명·16.5%)가 차례로 뒤를 이었다.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인 셈.

드러나지 않은 마약 수요의 심각성은 적발 건수로 짐작할 수 있다. 관세청은 지난해 밀반입하려던 GHB 2만8800g을 적발했다. 관세청이 본격 단속에 나선 이후 가장 많은 양으로, 2020년(469g)에 비해 61배 급증한 수치다. GHB를 포함한 신종마약 전체 밀반입 용량도 7배 늘어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마약류 사범이 1만6000명이 넘어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눈덩이처럼 늘고 있지만, 중독 치료를 받는 환자는 연간 200명 정도에 불과하다. 마약 중독자를 위한 ‘마약 중독 치료 보호 지정 병원’이 전국에 21곳이 있지만 실제로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은 고작 2곳뿐이다.

최근 5년 동안 전국 21곳의 중독자 치료 전문병원 운영실태를 보면 2017년 치료보호 건수는 330건이지만, 2021년 280건으로 줄었으며 지정병상 수의 경우 2017년 330개에서 2021년 292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수의 경우 2017년 170명에서 2021년 132명으로 감소했다. 

[그래픽=아주경제 편집부]


◆ 10대 파고드는 마약 범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 마약류 유통·투약 사범을 집중적으로 단속해 3033명을 검거했다. 이 중 10~30대인 이른바 'MZ세대'가 1918명으로 전체 중 63.2%를 차지했다.

국수본은 "최근 다크웹 등 인터넷·소셜미디어(SNS)와 가상자산이 결합한 형태의 비대면 마약류 유통 증가 영향으로 청소년과 외국인 마약류 사범이 대거 적발됐다"고 밝혔다. 검거된 인원 중 509명은 구속됐다.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9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48.9% 수준인 5085명이 검거됐지만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0년 6255명(51.2%), 2021년에는 6253명(58.9%)으로 늘었다. 

최근에는 단순 투약뿐만 아니라 밀수·밀매 등을 가리지 않고 10대들이 적발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실제 마약류를 투약하고 있거나 밀수·밀매에 연루된 10대들의 수가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검찰에 송치된 10대 마약류 사범은 역대 최대치인 450명을 기록했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10년 전인 2011년 41명의 11배가량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5년간 마약사범 재범률은 25%다. 검거보다 재발 방지가 더욱 중요함에도 국가 차원의 재활치료 인프라는 뒷전”이라며 "식약처 산하 민간단체가 수행 중인 마약퇴치 업무를 공공의 영역으로 이전해 국가 차원에서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 관리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7월 중에 대표발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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