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하락, 인플레이션 조기 정점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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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07-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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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연가스·원유·농산물 고점서 하락

  • 전 분기 대비 구리 22%↓·목재 31%↓

  • WSJ "원유 생산량 증가·연준 통화 정책으로 물가 상승폭 감소"

 

지난 1일 세계적인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밀밭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2분기 기준 천연가스, 농산물, 목재 등 원자재의 가격이 떨어져 안정세에 들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의 주 요인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의 하락세는 물가상승률 둔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생산량 증가와 연준 통화 정책이 물가 상승폭을 완만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천연가스·원유·농산물 고점서 하락

4일(현지시간) WSJ은 천연가스, 원유,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먼저 천연가스는 1분기 말 대비 60% 이상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다가 2분기 말에는 1분기 말 대비 3.9% 하락했다.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1분기 말 배럴당 95.08달러에서 지난달 초 120 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지난달 30일 종가는 105.76 달러로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다.

에너지뿐 아니라 농산물 가격도 고점에서 내려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격이 솟았던 밀·옥수수·대두 등 곡물 가격도 1분기 말보다 가격이 떨어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SRW·연질밀) 선물 가격은 t(톤)당 475 달러(3월 7일 기준)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지난달 말 기준 t당 319.21 달러로 거래됐다. 

6월 30일 기준 옥수수는 t당 292.80 달러 대두는 615.45 달러로 거래됐다. 옥수수와 대두 각각 고점 당시 322.13 달러(4월 29일 기준)와 649 달러(6월 9일 기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그외 면화 가격도 5월 초 최고가 대비 30%가량 가격이 내려갔다.

미국과 호주의 이상 기후에도 밀, 옥수수 등의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농업 수출국인 미국은 캔자스·오클라호마 등 중부지대에 라니냐로 인한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가뭄이 곧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농무부는 이달 초 밀 생산 전망을 800만 부셸(약 2160만kg) 더 높였다.

호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주는 라니냐로 폭우 피해를 보고 있지만 밀 생산량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호주 농업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적인 밀 수요가 증가하면서 퀸즐랜드 일대 농가에서 밀 재배량이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난 6월 농업부 산하 농업자원경제과학국(ABARES)에서 발간한 제202호 호주 농작물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밀 생산량을 약 3030만t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업자원경제과학국 보고서의 밀 생산 전망 수치는 역대 4번째로 많은 생산량으로 지난 10년간 평균 생산량보다 22% 많은 양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급등한 t당 475달러까지 폭등한 밀 가격은 최근 다시 하락해 침공 전과 비슷한 t당 305 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 밀은 t당 300 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전 분기 대비 구리 22%↓·목재 31%↓

2분기 말 구리와 목재 가격은 각각 1분기 말 대비 각각 22%와 31% 하락했다.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3.54 달러에 거래됐고 목재는 1보드피트당(1인치 두께에 1평방피트) 652 달러에 거래됐다. 이 역시도 구리와 목재 가격의 정점이던 4.90 달러(3월 4일 기준)와 1463 달러(3월 3일 기준)에 비하면 확연한 하락세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퀸시 크로스비는 지난 1일 타임지에 "우리는 (세계) 공급망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운송비가 내려가고 목재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보기 시작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반적인 물가가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구리 가격은 약 1년 반 만에 최저치다. 지난 4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대표적 산업용 금속인 구리는 뉴욕상업거래소 전자거래에서 17개월 만에 최저치인 파운드당 3.50 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구리 가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급 차질 우려와 중국의 수요 증가 예상으로 3월에만 해도 파운드당 5 달러, t당 1만600 달러 이상에서 거래됐다. 그러나 미국 및 중국 등 주요 국가의 제조업 활동 위축이 예상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다만 중국 제조업의 재개로 구리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WSJ "원유 생산량 증가·연준 통화 정책으로 물가 상승폭 감소"

원자재 가격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 공급망 혼란, 지난해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 가격 상승 추세 감소에는 원유 생산량 증가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때문이라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달 18∼24일 일주일간 미국의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1210만 배럴이다.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0년 4월 이후 최대치였다. 또 대출금리 인상으로 신규 주택 시장이 위축되면서 목재 등 건설 자재 가격에 낀 거품이 빠졌고, 미국과 유럽 등의 기상 여건 개선으로 곡물 수확량 감소분을 보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지만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예측되기 때문이라고 WSJ는 전했다.

원자재 시장의 투자 열기가 사그라든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JP모건 체이스의 원자재 전략가 트레이시 앨런은 6월 24일까지 한 주 동안 약 150억 달러가 원자재 선물 시장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4주 연속 자본이 유출된 것으로 올해 원자재 시장에서 빠진 총액은 1250억 달러 규모다.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로 경제가 침체됐을 때 자본 유출 규모를 능가하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일 영국의 타임지도 미국의 근원 PCE 물가지수를 근거로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이르렀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근원 PCE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을 파악하는 지표로 연준이 금리정책을 결정할 때 활용된다. 지난 6월 30일 발표된 5월 근원 PCE 물가지수는 4.7%로 월가의 전망치(4.8%)보다도 낮았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폭으로 물가 상승이 전보다는 둔화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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