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총리, 경제위기 극복과 규제 개혁에 신속·원칙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3박 5일간의 스페인 마드리드 방문을 마치고 지난 1일 귀국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출국길에 오르기 며칠 전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나 "국내외 경제 상황이 어려운 만큼 순방기간 총리가 중심이 돼 각 부처와 함께 민생 및 각종 현안을 잘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경제안보 총사령관으로서 어깨가 무거워진 한 총리는 지난 한 주간 서울·세종을 오가며 국무회의와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등을 챙겼다. 세종 총리공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도 했다.

이렇듯 윤 대통령의 부재를 메운 한 총리 앞에 고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 회의가 찾아왔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현상으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 속 숨 돌릴 틈 없는 처지다. 오는 6일 개최될 회의에서는 민생안정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한 총리가 내각을 아우르며 윤석열 정부 기조인 민간 주도의 시장경제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지가 관건이다.

◆경제부터 코로나19까지...신속·원칙 강조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총리는 지난달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각 부처 장관들에게 "현장을 꼼꼼히 살펴 민생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결정된 정책은 최대한 발 빠르게 시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당초 4.5%에서 4.7%로 올려 잡았다. 한 총리는 "모든 나라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내하도록 국제적인 여건이 전개되고 있고,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윤 정부가 물가를 직접 통제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한 총리는 같은 날 저녁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원칙을 밝히며 "물가 인상 문제를 원샷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완전히 터를 잡아서 물가 상승,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강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더불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데 대해서도 오히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통화정책 정상화에 늦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완화적 통화정책이 시작되면서 한 나라의 중앙은행 밸런스시트(대차대조표)가 3배씩 늘어나 있다"며 "그렇다고 조치를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속·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도 나왔다. 한 총리는 "경제 전쟁이라고 할 만큼 대내외 상황이 급박하다"며 "경제 현안에 대해 관계부처에서 장관 책임하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배려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동시에 글로벌 투자환경 조성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는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특별 간담회에 참석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과 세제 혜택, 인프라 제공을 약속했다. 그 시작은 '규제 완화'라고도 했다. 또 기업 프로세스가 투명하고 공평하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고, 노동개혁을 통해 위법한 쟁의 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상회복 단계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우려도 짚었다. 한 총리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코로나19 '원스톱 진료기관'을 향후 1만개소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4주간 감소세를 이어오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이번주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며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일반의료체계 내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면역을 회피하는 변이의 검출률이 높아지면서 재감염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여름 휴가철 이동량 증가 등으로 방역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의료대응체계를 신속히 정비하기로 했다.

◆尹 정부 첫 고위 당·정·대 회의···'원팀' 힘 발휘할까

(왼쪽부터)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사무총장·성일종 정책위의장·권성동 원내대표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북 도발 관련 국가안보 점검 제2차 당·정·대 협의회에 참석해 북한 미사일 도발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 정부 첫 고위 당·정·대 회의는 그간 6·1 지방선거와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필리핀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등으로 미뤄졌다.

예정대로 오는 6일 열린다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57일 만에 열리는 셈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선 26일, 박근혜 정부에선 33일 만에 첫 고위 당·정·청(여당·정부·청와대) 회의가 열렸다. 이와 비교하면 1개월 정도 늦어진 것은 물론 이명박 정부(54일)보다도 늦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일반 당·정·대 회의는 세 차례 열렸다. 이 중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에서 여당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기 바빴다. 입법권을 틀어쥔 더불어민주당은 감세 정책에 부정적이어서 '협치'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경제위기 속 민생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첫 고위 당·정·대 회의에서 책임총리로서의 한 총리 리더십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회의에는 여당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한기호 사무총장,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부 측은 한 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등이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고위 당·정·대 회의를 정례화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매주 일요일 밤 당·정·청 수뇌부가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현안과 쟁점을 조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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