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나태주 시인이 말하는 시인이 직업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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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7-0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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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다니면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에게 선생님들은 시인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리고 장래희망을 발표할 때면 시인을 적는 친구들이 있었다.
근데 나태주 시인이 말하기를 시인은 직업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김호이 기자/ 나태주 시인]


Q. 지금은 시인이지만 전에는 학교 선생님이었다고 들었어요, 학교 국어시간에 시인의 의도는 무엇인가? 라는 문제를 많이 봤는데, 국어를 가르칠 때 남다른 선생님만의 방식이 있었나요?
A. 그런 걸 따질 필요가 없어요. 수능문제를 내고 평가를 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예요. 진정한 시를 위한 노력은 수능에서 시를 빼는 거예요. 그렇게 해야 시가 시대로 감상이 되고 전달이 될 수 있어요. 시를 감상하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따지면서 보고, 느끼면서 보는 거예요. 근데 느끼면서 보면 답이 흔들리니까, 따지면서 보는 거예요. 80%의 감성적 영역과 20%의 이성적 영역이 있는데 시험 때문에 그 20%의 이성적 영역으로만 보는 거예요.
따지지만 감성을 죽이지 않는 방법이 들여다보는 거예요.
 
Q. 학생들도 많이 가르쳐보시고 시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계신 입장에서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원하는 걸 어떻게 찾으면 좋을까요?
A. 그들이 원하는 걸 못 찾는 건 걔네들한테 결핍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부모들이 다 해줬기 때문에 원하는 게 없는 거예요. 원하는 걸 없게 해놓고서 원하는 게 없다고 나무랄 수 있겠어요. 시드니에 살던 교포가 개나리를 가져가서 따뜻한 시드니에 심었는데 개나리가 엄청나게 자랐대요. 근데 꽃을 안 피운다는 거예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꽃 키우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겨울이 없어서 그렇다는 거예요. 난초도 따뜻한 아파트에 사계절 놔두면 꽃을 안 피워요. 추워야 꽃이 피는 거예요.
 
Q. 직업만족도는 어떻게 되나요?
A. 5점이에요. 우리 집이 8000만원인데 8000만원이 나의 만족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나는 돈을 많이 모아서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내놓을까를 생각해요,
99섬 가진 사람이 100섬을 못 가져서 1섬 가진 사람한테 달라고 했대요. 99섬 가진 사람은 1섬이 부족하지만 99%가 불만족인 거예요. 근데 1섬을 가진 사람은 그게 다예요. 그럼 그 하나가 전부이기 때문에 100%가 될 수 있는 거예요. 만족도는 양에서 오는 게 아니에요.
나는 많이 이뤄서 직업에 대해 만족하는 게 아니라 현재 있는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내가 많이 잃어버려 봤기 때문에 아는 거예요. 그래서 인생은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다 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를 배우는 거예요.
애들한테 인생은 그렇게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는데 그렇지 않아요. 많은 실패요인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그 사람은 성공도가 높은 거예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를 배우는 게 인생이에요. 근데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면 된다는 것을 가르쳤잖아요. 근데 실패 없이는 좋은 인생을 살 수 없어요. 9번 실패했다면 9번 시작했다는 얘기예요. 9번 실패한 게 무익한 게 아니에요. 9번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이 사람은 훨씬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거예요.
 
Q. 초등학생이 길을 가다가 선생님의 직업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말할 건가요?
A. 시인은 직업이 아니에요. 직업 조사를 했는데 직업 만족 순위가 제일 낮고 수입이 제일 낮은 직업이 수녀와 시인이에요. 직업이라는 건 먹고 살 수 있는 돈이 나오는 건데 시 써서는 돈이 안돼요. 그래서 시인은 직업으로 볼 수가 없어요. 직업 이상의 어떤 것이지.
시인이라는 말 속에는 직업이 아니라는 의미가 담겨 있어요. 시인은 사람이잖아요. 직업이 되려면 작가가 되어야 돼요. 그래서 시인들한테 작가라고 하는데 시를 써서 돈을 벌고 자기 밥벌이가 되면 작가예요. 소설가, 수필가, 음악가도 돈을 벌면서 먹고 살잖아요. 근데 시인은 사람 '人'이잖아요. 저도 시인이 직업이 된다고 생각을 안 했기 때문에 선생이라는 직업을 가졌어요. 그래서 저의 직업을 묻는다면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말할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학교 선생님을 하면서의 직업병이 시인을 하면서 영향을 준 게 있나요?
A. 시인이기 때문에 학교에 영향을 끼친 건 없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소홀히 했어요.
그래서 그건 미안하게 생각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에 시를 썼을 수도 있고, 원고 정리를 했을 수도 있고요. 저는 올바른 선생이 아니었어요. 이건 좋은 선생이 아니지. 그냥 겨우겨우 한 선생이었어요. 직업이 선생이었기 때문에 밥벌이를 할 수 있었어요. 직업이라는 건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돼요. 근데 시인이 밥벌이가 안 된다는 걸 알았음으로 밥벌이로서의 직업을 지켰어요. 그래서 정년 때까지 교장도 했고요. 할만큼 했는데 나는 그냥 기본을 하는 선생이었어요. 좋은 선생은 아니고.
 

[사진= 김호이 기자]


 
Q. 시를 쓰기 위한 생각의 기초는 어떻게 만들어 가나요?
A. 시를 쓰는 사람의 마음의 태도는 겸손하고 부드럽고 곱고 순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기존의 관념이나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돼요. 그래서 촛불에 한 번도 데어 보지 않은 아이가 촛불을 잡으러 가는 것 같은 생각을 가져야 돼요. 시는 생각이 아니라 느낌에서 나오는 거예요. 느낌은 감각에서 나오는 건데 그것이 굳어지면 정의가 된 게 생각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인은 그런 고정관념을 갖지 말아야 돼요. 불을 보고 과자 같다고 느끼는 게 시인의 생각이에요.
‘어린왕자’에 “어린아이 시절이 없었던 어른은 없다. 그러나 어린아이 시절을 기억하는 어른은 그다지 많지 않다”라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 시인은 어린아이 시절을 기억하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에요. 몸은 늙었는데 생각이나 느낌이나 감각기관이나 반응 자체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시인인데 그래서 시인과 같이 사는 배우자는 힘들어요.
 
Q. 나는 잘 쓴 것 같은데 큰 반응이 없던 거나 나는 별로 인 것 같은데 의외로 큰 반응을 불러왔던 작품이 있나요?
A. 내가 잘 썼는데 다른 사람이 반응이 없어도 할 수 없는 거고, 내가 별로인데 다른 사람한테 반응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거예요. 시라는 건 울컥 솟아 오르는 걸 편안하고 가볍게 '쓰윽' 쓰는 거예요. 힘들게 쓰는 게 아니라 쓰윽 쓰는 게 독자들한테 반응이 좋아요.
 
Q. 우리는 왜 시를 쓰고 읽어야 되는 걸까요?
A. 사람은 이성적인 존재이기도 하지만 감성적인 존재인데 감성이라는 건 살다 보면 상처를 받고 때가 껴서 더러워져요. 우리의 마음은 원래 아름다워야 되는데 아름답지 않고 밝지 않으면 그걸 깨끗하게 하는 세탁을 해야 돼요. 마음을 깨끗하게 하는 게 시에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교사로서의 나태주, 시인으로서의 나태주, 사람으로서의 나태주는 어떤 사람인가요?
A. 사람은 사람이죠. 사람 속에 시인이 있는 거고요.
그래서 사람을 널리 이롭게 해야 돼요. 교사로서도 홍익인간이 되고, 시인으로서도 홍익인간이 되고 사람으로서도 홍익인간이 되어야 돼요. 정치도 교육도 이롭게 하지 않는 건 다 나쁜 거예요.
 

[사진= 김호이 기자/ 나태주 시인이 전하는 메세지]



Q. 마지막으로 행복하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그냥 늙으면 돼요. 너무 행복하려고 애쓰지 마요. 주변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혼자서 행복한 게 아니라 너와 더불어서 행복해지는 거예요. 그리고 너무 억지 부리지 말고 때로는 내려놓는 게 좋지 않을까. 젊은이의 포기는 매우 불행하고 나쁜 일 일 수 있는데 노인의 포기는 아름다운 것 일 수 있어요, 돈에 대해서 포기하고 건강에 대해서도 조금은 포기해야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자기 인생을 통제하고 질서를 잡는 통정성이 있기를 바래요. 자기 인생 전체를 내다보고 주변을 바라보고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포기하고 내주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노인은 갖고 더 씩씩해지고 용기 있고 파워풀해지는 게 아니에요. 그럴 때 더 불행해져요. 적당히 솔직하고 피곤하고 아프다고 말해야 덜 아플 수 있어요. 안 아프다고 우기면 더 아플 수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나태주 시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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