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낙태 합법화' 49년 만에 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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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6-25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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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3년 판결 '로 대 웨이드' 폐기...정치권·국제사회로 논쟁 번질 듯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현지시간)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는 인정되지 않고, 낙태권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의회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다. 미국에서는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태 찬반 논쟁이 정치권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작성한 다수 의견문에서 대법원은 “헌법에는 낙태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그런 권리는 헌법상 어떤 조항에 의해서도 암묵적으로도 보호되지 않는다”며 “헌법에 언급되지 않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항이 있기는 하나 그런 권리는 이 나라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며 질서 있는 자유의 개념에 내재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헌법에 유의해서 낙태 문제 결정을 국민이 선출한 대표에게 돌려줄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보장한 바 있다. 여성의 낙태 권리가 미국 수정헌법 14조에 규정된 사생활 보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판결은 1992년 ‘플랜드페어런드후드 대 케이시’ 사건에서 재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이 지난해 임신 15주 이후의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에 대한 심리에 들어가면서 결국 판결이 뒤집히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로 대 웨이드’ 판결과 상충하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 유지 여부와 관련해서도 ‘유지’를 결정했다.

이번 판결로 미국 내에서 낙태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문제가 정치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 놓았다”며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번 판결에 대해 “헌법에 따른 것”이라며 “오래전에 줘야 할 권리를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지지했다.

한편 미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도 찬반 목소리가 갈렸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이번 판결을 비판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도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이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있어 큰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교황청은 미국 대법원의 이와 같은 결정을 환영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성명을 통해 사람의 생명 보호가 개인의 권리에 국한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낙태 반대 시위자의 선글라스에 미국 연방대법원 건물이 반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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