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부터 총책까지 뿌리 뽑겠다" 보이스피싱 합수단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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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6-2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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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검, 경찰·금융위 등과 서울동부지검에 합수단

  • 고검검사급 합수단장·검사실·경찰수사팀 등 운용

  • 범정부 통합 신고·대응센터 마련해 '원스톱' 대응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 범죄 단속 및 피해 금액 추이.[표=대검찰청]

# 지난 2월 부산 영도구 한 도로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4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기존 대출금보다 훨씬 저렴한 이자로 대출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경찰은 수금책인 30대 여성 등 2명을 검거해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 전북 고창에 사는 20대 취업준비생 B씨는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 420만원을 빼앗겼다. B씨는 설날을 하루 앞두고 자신이 살던 아파트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가 KTX를 타고 서울 마포구 한 주민센터 인근 택배함에 넣은 420만원은 인턴 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간 7000억원대 규모를 훌쩍 넘은 보이스피싱 범죄 근절을 위해 검찰이 대대적 단속과 강력한 처벌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은 서울동부지검에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을 설치해 경찰 등 유관기관과 공조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도 통합 신고·대응센터를 운영해 ‘원스톱’ 대응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합수단, 16년 묵은 난제 해결사 될까
대검찰청은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을 구성하고 보이스피싱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합수단은 사이버 범죄 수사 중점청인 서울동부지검에 설치된다. 1년 동안 수사를 진행한 뒤 추후 운영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합수단은 고검 검사급 합수단장을 중심으로 검사실, 경찰수사팀, 금융수사협력팀 등이 참여하는 금융수사협력팀 등을 운용할 계획이다. 합수단장은 조만간 단행될 고검 검사급 인사로 결정된다. 구체적 편성안은 경찰, 금감원, 국세청,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추가 협의한 이후 나올 전망이다. 
 
대검은 보이스피싱을 근절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과 지속적 단속에도 불구하고 보이스피싱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졌다고 보고 있다. 2006년 보이스피싱 피해 사례가 국내에 최초 신고된 이후 보이스피싱 연간 피해 금액은 2017년 2470억원, 2018년 4040억원, 2019년 6398억원, 2020년 7000억원으로 매년 급증했다. 지난해 피해 금액은 774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늘었다.
 
반면 검거된 보이스피싱 사범은 지난해 2만6397명으로 전년(3만9713명) 대비 33.5% 감소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국가적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대검은 보이스피싱이 조직화·전문화·지능화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폭력배가 개입한 기업형 보이스피싱 조직 적발, 문서위조·악성 프로그램 유포 등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고 대검은 설명했다.
 
특히 대검은 보이스피싱이 국내외 조직 간 연계 범죄로 번져 국제공조 없이 보이스피싱 조직을 와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피싱 콜센터 97% 이상이 중국·필리핀·태국 등 외국에 있는 데다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이나 간부급 조직원은 대개 외국에 체류하고 있어 국내에서는 현금 인출책과 같은 단순 가담자 위주로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보이스피싱 사범 불기소율도 높은 상황이다. 최근 5년간 기소중지율은 23.3%, 기소유예율은 39.0%에 이르렀다. 이에 대검은 최말단 현금수거책과 대포통장 제공자부터 콜센터 직원, 최상위 조직 총책까지 수사해 사기뿐 아니라 범죄단체 조직·활동으로도 중형 선고를 이끌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금 국외 반출과 조세포탈 수사, 범죄수익 환수, 피해 회복, 통신사 등에 대한 행정처분, 유령 법인 해산 등 관련 조치도 병행한다. 보이스피싱 조직 국외 거점 국가 수사당국과 공조해 국외 체류 총책과 간부 등에 대한 합동 수사, 수배자 검거·강제 송환과 국외 범죄수익 환수·박탈도 추진한다.
 

현행 부처별 보이스피싱 신고창구 대응 현황.[그래픽=국무조정실]

부처별로 산재한 신고 창구→신고‧대응 일원화

보이스피싱 범정부 통합 대응을 위해 올해 안에 보이스피싱 통합 신고·대응센터도 설립된다. 현재 보이스피싱 범죄는 관련 부처별로 신고 창구를 각각 따로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민원을 제기하려는 국민은 신고·민원 소관 부처를 스스로 찾아야 하고, 이후 각 부처별로 운영 중인 신고 창구를 다시 찾아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통합신고센터가 없다 보니 신속히 이뤄져야 할 전화번호 이용중지·계좌 지급정지 등 피해 회복과 피해 예방도 지연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보이스피싱 범죄 신고를 위한 접수 번호를 경찰(112)로 일원화하고, 인터넷 신고도 사이트 1개로 합쳐 신고 접수와 처리 절차를 통합하기로 했다. 신고 창구가 단일화하면 피해 국민은 신고를 한 번만 하면 된다.

검찰 관계자는 "금융·통신 분야 기술 발전으로 인해 부처별 소관을 명확히 지정하기 어려운 신종·변종 수법도 계속 등장하고 있어 범죄정보 공유 등 부처별 협업·통합 대응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고 신고‧대응 일원화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보이스피싱 범죄는 16년 동안 해묵은 과제이며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국민들까지 나오는 현실”이라며 “대표적 민생 침해 사범인 보이스피싱 범죄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최하부 말단에 있는 수거책부터 계좌 명의 대여인, 계좌 관리인, 국내외에 숨어 있는 최상단 총책까지 뿌리를 뽑기 위해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며 “최종 목표는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합수단 설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합수단을 마련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대검은 보이스피싱 단속과 더불어 범죄 예방을 위한 관련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 추진도 병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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