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난시대] 수요 줄고 규제 늘고… 업계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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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6-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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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더 사업주는 지역배달업체인데… 산재·고용보험 책임은 플랫폼사에

  • 나트륨·당류 저감 역할론까지… 배달 시장 이해 없이 규제만 겹겹이

  • 거리두기 해제 이후 배달 수요 감소… 고물가에도 성수기 효과 볼까

서울 용산구 한남동 거리에 대기 중인 배달 오토바이 모습 [사진=연합뉴스]

배달 플랫폼 업계가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배달 수요는 줄어드는데 여러 규제가 겹겹이 쌓이면서 경영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시행하는 각종 정책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탓에 관련 업체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이더도 산재보험 적용되지만… 배달대행업계 “관리 의무 전가”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 라이더도 내년 7월 1일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받게 된다. 지난 5월 29일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라이더를 비롯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산재보험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기존에도 배달 라이더는 산재보험 가입 대상이었다. 배달의민족 등 대부분의 배달 플랫폼 업체도 이미 소속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일부 업체에서는 라이더가 한 달 소득 116만4000원 이상 또는 월 97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전속성’ 요건을 충족할 시에만 산재보험을 적용했다. 이번 개정안은 전속성 요건을 폐지해 산재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앤 게 특징이다.
 
개정안에는 플랫폼 노동자의 보험관계 신고‧자료제공 협조 의무를 ‘플랫폼 운영자’에게 부과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생각대로·바로고·부릉 등 배달대행업체의 경우 플랫폼 운영자인 본사가 라이더와 직접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라이더의 산재보험 가입과 보험료 납부에 관한 의무를 이행하기에 행정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배달대행업계는 각 지역별로 대리점 개념의 지사(지역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며, 라이더는 배달대행업체 본사가 아닌 지사와 위탁 계약을 맺는다. 산재보험료 부담도 각 지사와 라이더가 반반씩 부담한다. 결국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사업주는 각 지사임에도 행정적인 의무를 플랫폼 업체에 부과한 것이다.
 
문제는 영세한 지역배달대행업체의 경우 라이더와 서면계약을 맺지 않는 경우가 많고, 보험 가입 및 상실 여부를 플랫폼 업체에 전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의무 가입이 시행된 라이더 고용보험의 경우에도 플랫폼 업체가 관련 업무를 대신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시스템조차 마련되지 않아 업체들이 고용보험을 신고‧납부하는 데 혼란을 겪는 실정이다.
 
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라이더의 산재보험 입직‧상실 신고를 플랫폼사에서 해야 하는데, 그나마 입직 신고는 빨리 알게 되지만 라이더가 그만 둔 경우에는 상실 신고 여부 파악이 힘들다”며 “고용보험도 플랫폼사에서 입직‧상실 신고를 하고 있는데 누락되는 일도 있고 관리에 애를 먹는다. 지역배달대행업체에도 관리 의무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달비 공시제부터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까지… 배달앱 ‘때리기’
배달 플랫폼 업계를 둘러싼 각종 정책 및 제도의 실효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일 발표한 제3차 국민영양기본관리계획의 ‘배달앱 나트륨‧당류 저감 기능 구현’ 항목을 두고도 업계 안팎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복지부는 2024년부터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나트륨과 당 함유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배달앱 업체들과 협의체를 만들어 지원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복지부가 협의 주체를 잘못 골랐다는 반응이다. 나트륨‧당류를 조절하는 건 음식을 조리하는 식당 업주들의 몫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업주를 중개하는 배달 앱이 아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업주들을 대표하는 단체와 협의할 문제라는 설명이다.

[표=아주경제 DB]

앞서 기획재정부가 추진한 배달비 공시제 역시 실효성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배달비 공시제는 배달앱별 배달요금 경쟁을 통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 2월 말 도입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는 한 달에 한 번 동일 조건에서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 각 배달앱의 배달비를 비교해 홈페이지에 공시한다. 하지만 배달비는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날씨 등에 따라 수시로 변경되는 탓에 단순 비교가 불가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무엇보다 각 배달앱에서 보여지는 배달비는 배민‧요기요‧쿠팡이츠 등이 정한 금액이 아니라는 점에서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배달앱상 배달비는 전체 배달요금에서 업주가 본인 부담 비용을 제외하고 소비자 몫으로 정해둔 금액이다. 따라서 배달앱별 배달비 가격 비교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며, 배달 플랫폼 업체가 배달 수수료를 조정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배달 수요 줄어드는데… 플랫폼 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사진=아이지에이웍스]

정부가 산업 전반에 대한 명확한 이해 없이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 배달 플랫폼 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성장 가도를 달렸던 배달 시장도 내리막길에 접어든 가운데 규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달앱의 지난 5월 넷째 주 주간 사용자 수(WAU)는 지난 3월 첫째 주 대비 급격히 감소했다. 배민·요기요·쿠팡이츠의 감소율은 각각 8.2%, 17.2%, 25.2%로 나타났다.
  
배달앱 부진에 배달 아르바이트 앱 월간 사용률도 감소했다. 같은 기간 배민커넥트 앱 사용률은 16.1%p 내렸고, 쿠팡이츠 배달 파트너 사용률은 5.02%p 하락했다.
 
이는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 활동이 늘면서 배달 수요가 감소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업체 간 단건 배달 경쟁으로 배달비가 전반적으로 오른 데다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점도 수요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업계에서는 폭염, 장마 등으로 성수기인 여름을 맞아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배달을 포함한 외식 수요 자체가 줄었다”면서도 “폭염, 장마 등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여름에 접어들면서 점차 수요는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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