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딜레마] 규제혁파 외치는 정부, SMP는 왜 제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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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2-06-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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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부, 17일 규제개혁위원회 열고 'SMP 상한제' 논의

  • 민간 발전업계 반발 "한전과 산업부가 시장 원리를 위반"

  • 전문가 "에너지 원료값 급등 여파,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국전력이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한 지난 6월 16일 서울 시내의 한 주택가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적자난에 빠진 한국전력을 구하기 위해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카드를 꺼냈다. 민간 발전업계에서는 한전의 경영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는 조치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혁파’를 강조한 가운데 한전 적자 주요 요인으로 꼽히는 전기요금에 오히려 규제를 추가하며 정책 방향과 역행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정부서울청사에서 SMP 상한제 관련 규제개혁위원회를 열었다.

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SMP 상한제는 국제 연료 가격 급등 등에 따라 전력시장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까지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평시 수준의 정산가격을 적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SMP 상한제는 직전 3개월 동안의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 동안 적용된다. 상한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 평균 SMP의 1.25배 수준이다.

가령 산업부가 SMP 상한제를 발표한 날인 지난 5월 24일 기준 전력거래소가 추산한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는 155.8원이다. SMP 상한제를 시행하면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155.8원보다 높을 경우 한전은 전력 가격을 약 132~133원으로 정산할 수 있다.

이날 열린 산업부 규제위는 장영진 산업부 1차관과 신동일 명지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정책기획관, 민간전문가 8명, 민간기관 4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에 따르면 정부 각 부처는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할 경우 자체 규제심사를 거친다. 규제심사는 규제영향분석과 자체 규제심의, 국무조정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 심의, 산업부 산하 전기위원회 심의, 산업부 장관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시행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SMP 상한제가 업계 입장에서는 규제 신설, 강화 등 효과가 있으니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며 “규제위는 사인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열린다”고 전했다.

이번 규제위에는 SMP 상한제 관련 이해당사자인 전국태양광발전협회, 연료전지발전협의회, 민간발전협회, 열병합발전협회 등 관계자도 참석했다. 앞서 산업부는 이달까지 민간 발전업계와 세 차례 이상 면담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각 업계는 규제위에서 SMP 상한제 적용으로 인한 사업자들의 유지비용 상승 압박, 적자 확대 등 부작용을 설명하며 "전력가격에 손을 대는 제도를 만들어 시장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연료비 상승에 적합한 처방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산업부는 SMP 상한제 발표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을 번복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추후 규제 심사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SMP 상한제는 산업부가 한전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한전은 지난해 5조8601억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도 1분기에 영업손실 7조7869억원으로 시작하며 경영난에 빠진 모양새다.

한전이 역대급 적자 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는 한전이 각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들이는 SMP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최근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 등 발전 연료비가 급등세를 보이자 SMP도 덩달아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월 통합 SMP는 전년 대비 77.4% 오른 140.34원이다. 앞서 4월 통합 SMP는 202.11원으로 한때 2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산업부는 “국제 연료가격이 상승하면 SMP도 상승하게 되고 최근 상황과 같이 연료가격이 과도하게 급등할 경우 SMP도 급등하면서 발전사업자들 정산금도 급등하기 마련”이라며 “발전사업자 정산금은 결국 한전이 부담하고 이를 전기요금으로 회수하는 구조에서 정산금 증가는 결국 전기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고 밝혔다.
 

6월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집단에너지협회 주최로 열린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 철회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전국태양광발전협회]

민간 발전업계에서는 SMP 상한제를 두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태양광발전협회 관계자는 “SMP 상한제 문제는 시장 논리를 통해서 해소해야 하는데 전기요금을 못 올리는 현 시장에서 산업부와 한전이 시장 원리를 위반하며 민간의 이익을 뺏으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노골적으로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윤석열 정부와)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며 “정책 신뢰성을 훼손하는 정부 내부의 엇박자에서 신재생에너지 업계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SMP 상한제 대신 한전 적자난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대안도 제시된다.

이미 정부는 지난 16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발전 원료 가격 상승세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 연료에 사용되는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적용 기한을 2022년 말까지 연장할 계획을 밝혔다. 발전용 LNG와 유연탄 개소세율도 올해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15% 인하한다.

한전도 산업부에 개선 방안을 전달했다. 한전 관계자는 “이번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 3원 인상 요청뿐만 아니라 추가로 전기요금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서 정부에 협의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연료비 급등 폭을 반영하는 기준연료비 조정 △분기와 연간 연료비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비상시 유보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연료비 미수금 정산 △총괄원가 방식 활용 원가 상승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 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인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SMP 상한제가 한전 적자 해소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정부가 규제를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반하고 SMP가 오른 여파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연료비가 오른 폭에 비하면 연료비 조정단가 3원도 굉장히 적은 수준”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정부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유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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