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인프라 투자로 'UAM·자율주행차' 추진 원동력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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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입력 2022-05-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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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UAM 사업의 첫 비전으로 제시한 콘셉트 모델 'S-A1'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발표한 가운데 그룹 중장기 목표인 UAM(도심항공교통)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대자동차그룹의 대미 투자 보답 차원에서 UAM,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등 현지 추진 사업을 다각도로 지원할 방침이다. 미국은 UAM 첫 상용화 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현실로 다가온 UAM, 최고 속도 290km ‘S-A1’ 제시

현대차그룹은 UAM 사업을 두고 ‘안전하며 자유로운 이동이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자체 정의했다. 빌딩 숲 사이를 비행하는 소형 항공기를 타고, 환승 거점인 허브(Hub)에 도착하면 곧바로 친환경 자율주행차로 갈아탈 수 있는 미래 교통을 꿈꾸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UAM 사업은 이제 막 시작 단계다. 2019년 UAM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2020년 CES 2020에서 ‘S-A1’를 처음 공개했다. 지난해는 미국 내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Supernal)을 세우고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한 완전 전동화 도심 항공 모빌리티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UAM에 분산전기추진기술을 적용한 개인항공기를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상용화가 이뤄지면 이를 대체할 수단이 없을 정도로 효율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분산전기추진기술은 하나의 배터리에서 생성하는 전기에너지로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 구동하는 방식이다. 개별 로터에 문제가 생겨도 다른 로터가 지속적으로 구동돼 안전한 비행을 담보해준다. 또한 헬리콥터보다 작은 로터를 사용하고 이착륙·주행 등 비행 상황에 따라 필요한 로터만 작동해 소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UAM 사업 콘셉트 모델인 S-A1을 공개한 바 있다. 총 8개의 로터가 탑재된 S-A1은 날개 15m, 전장 10.7m로 활주로 없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다.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최대 약 1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290km/h에 비행 고도는 300~600m, 이착륙 장소에서 승객이 타고 내리는 5분 동안 고속 배터리 충전이 가능할 정도로 재충전 소요시간이 짧다. 아울러 비상상황에 대비한 낙하산 전개 시스템, 탑승자 간 원활한 대화를 돕는 저소음 설계, 탄소 복합재를 이용한 경량화 등으로 안전성, 편의성, 경제성까지 갖췄다. S-A1은 협력업체인 우버(Uber)와 함께 빠른 시일 내 상용 운행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미국 NASA에서 연구 개발을 담당했던 신재원 현대자동차 UAM 사업부 사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2차원의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UAM는 하늘 길을 개척해 3차원의 세계를 열어 줄 것”이라며 “UAM는 기존의 모빌리티 상식을 바꾸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업체로 거듭나려는 현대자동차의 장기적인 목표를 이루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 [사진=스페이스X]

◆자율주행차 ‘스타링크’ 벤치마킹 가능할까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양국의 첨단산업 공조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사이버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국의 경제동맹을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의 기술 교류가 절실한 우주산업의 거론은 이번 정상회담의 보이지 않는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주강국인 미국은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를 앞세워 이를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도 빠르게 적용하는 중이다. 미국 스페이스X의 경우 ‘스타링크’ 프로젝트를 펼치며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1만2000개의 인공위성을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표면적으로는 인터넷 공급 사업을 표방하지만, 공간에 제약받지 않는 인터넷 공급으로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 우주 산업은 선진국들과 기술적 차이가 있지만, 최근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평가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아직 민간 차원에서 스타링크와 같은 대형 사업을 추진하기 쉽지 않지만, 단기간의 성과물이 미국과의 공조를 가능케 할 정도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다. 누리호 사업에는 한화, KAI, 현대중공업 등 총 300여 곳이 참여했다.

최근에는 항공우주기술연구센터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과 협력을 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간 차원의 국제협력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우주산업 논의가 활발해지면 차후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차 사업까지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우주 산업의 민관협력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기에 새 정부는 미국과 같이 다양한 우주 관련 정책을 제시하고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이 지금까지 북한에 대한 위성 정보를 미국에 의존했지만, 누리호 발사는 독자적인 첩보 위성의 보유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한미 우주사업 교류 가능성을 넓혀줘 기대 이상의 시너지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PBV 라인업 콘셉트카 [사진=기아]

◆전기차 고도화는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의 디딤돌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모빌리티 청사진을 현실화하려면 전기차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근 국내 21조원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이다. 전기차 인프라 초석을 다진 후에 미래 모빌리티의 가지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국내 21조원 투자 계획은 우선 2030년까지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국내 생산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는 올해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이 35만대와 비교할 때 4배가 넘는다.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2030년 전 세계에 전기차 323만대를 판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약 12%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전기차 전용공장 신설과 함께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혼류 생산 시스템 점진적 구축, 기존 공장의 전기차 전용 라인 증설 등을 추진한다. 또한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 및 제품 라인업 확대, 핵심 부품 및 선행기술 개발, 연구시설 구축 등 연구개발에도 집중 투자한다. 협력사와 함께 국내 기술 개발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발표에는 경기 화성시에 있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 PBV 생산 설비 신설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오토랜드 화성 내 일부 시설을 개조해 2023년 상반기에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한다. 2025년 10만대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15만대가 PBV 전용 플랫폼 ‘e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전기차 점유율은 전년 3.9%에서 7.9%로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660만대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커졌다. 유럽은 내연기관차 생산이 감소하는 대신 전기차 신차 출시가 날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66.1% 증가한 234만대 판매를 기록, 세계시장점유율 35.1%를 차지했다.

중국에서는 같은 기간 166.6% 증가한 333만대가 판매돼 전 세계 시장점유율이 전년 39.5%에서 50%로 높아졌다. 미국 역시 바이든 정부의 환경정책 강화, 공공부문 전기동력차 구매제도 도입, 제작사 신규모델 투입 확대 등으로 같은 기간 전기차 판매가 101.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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