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8개동(광주 화정아이파크) 전부 철거...이주비·지체비용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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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5-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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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몽규 "광주에서 떨어진 신뢰, 광주에서 회복" 강조

  • 업계, 입주예정자 "쉽지않은 선택, 환영"...입주 2028년 이후에나 될 듯

정몽규 HDC그롭 회장(가운데)과 유병규(왼쪽)·하원기 HDC현대산업개발 각자 대표이사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사고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이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8개 동을 전면 철거하고 다시 짓기로 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114일 만에 수분양자들을 상대로 내놓은 첫 보상안이다.

당초에는 사고가 발생한 201동만 철거하는 방안이 유력했지만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명령하면서 현장을 전부 철거하기로 했다. 아파트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하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며, 이 아파트 입주는 당초 2022년에서 2028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광주에서 무너진 신뢰, 광주에서 부활시키자"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해 광주 화정아이파크 8개 동 전체를 철거하고 다시 짓겠다는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장고 끝에 내놓은 결단이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직후인 지난 1월 첫 기자회견 당시만 하더라도 "정밀안전진단을 받은 후 전체 또는 일부 동을 재시공할 수 있다"는 입장만 밝혔다.

HDC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단의 배경에 대해 "'광주에서 무너진 신뢰는 광주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는 회장님의 의지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로 기업의 불확실성이 계속 되는 것 또한 리스크인 만큼 '확실하게 불신의 고리를 끊자'는 내부 목소리도 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4개월 동안 입주 예정자들과 수많은 대화를 나눴고, 가장 큰 우려가 무너진 동(201동)뿐 아니라 나머지에 대해서도 안전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었다"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법은 전면 철거 후 새로 짓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고객 안전과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입주 예정자들 요구를 모두 받아들여 화정동 아이파크 8개 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운 아이파크를 짓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에게 한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재시공, 보상비용 모두 천문학적···피해 보상 논의 급물살

HDC현산은 전면 재시공에 따른 철거·시공비와 입주 지연으로 인한 주민 지체보상금 등 보상비를 포함해 손실 규모를 약 37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1750억원을 충당금으로 선반영했고,  올해 추가로 2000억원을 반영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전면 철거 후 재시공까지 약 5년 10개월(70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입주는 더 지연될 수 있다. 우선 구체적인 철거 시점이 불투명하다. 아파트 8개 동 구조물을 해체하기 위한 건설장비 투입과 인허가 절차, 인력 투입 논의에도 상당한 협의가 필요하고, 현재 인근 상인들도 피해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건물 철거 후 재시공 절차에 대한 안전 대책이나 인허가 절차 등 규칙을 만들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입주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입주 예정자들과 구체적인 주거 지원 보상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이주비에 대한 금융 지원, 지체보상금 등이 지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광주 화정아이파크 계약자들은 계약금 10%와 중도금(60%) 6회 차 중 4회 차까지 분양대금 중 총 50%를 납입했다. 분양가 5억4500만원짜리 201동 전용면적 84㎡ 아파트 계약자가 현재까지 4회 차 중도금을 납부했다면 2억7250만원에 대해 연 6.48% 금리로 입주 지연 기간 만큼 지체보상금을 받는다. 입주가 6년가량 지연되면 계약자당 지체보상금만 1억600만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입주예정자 "통큰 결단 환영"...징계 수위 낮출까

건설업계는 HDC현산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한 건설사 고위임원은 "기업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회사는 물론 업계의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현장은 새로 짓는다'는 건설업계 선례를 남긴 것인기 때문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분양자, 주변 상인들, 지역사회 등)과 새로 규칙을 만들어가면서 하나씩 풀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건 그동안 어떤 누구도 선택하지 않은 길"이라고 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도 정 회장의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이 대체로 재시공 결정에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힘든 결정을 해줘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HDC현산의 전향적 결정으로 서울시와 국토부의 징계 수위가 한층 낮아질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3월 HDC현산에 대한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고, 시는 관련 징계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HDC현산의 결정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전면철거 재시공'이라는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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