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문화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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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입력 2022-04-22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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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국제 문화 교류의 열매는 일방향의 수출이나 해외 문화시장 점유 확대가 아니라 쌍방향에서 사람이 문화로 더 행복해지는 일이다. 문화와 예술이 일상에 함께할 때 우리는 배타적이기보다 낯설어도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숙함을 얻게 된다. 세계 청년들이 우리 대중문화로 그렇게 살고 있다.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문화가 다양해지면 서로 달라도 존중하는 문화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사회 구성원들을 더 쉽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모습과 가치관은 사회를 더 풍요롭게 변화시킨다. 돈·권력 외에 더 소중한 가치들이 보이고, 이를 함께 나누려는 마음의 품이 넓어진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도 너그러워진다.

예술과 문화를 만들고 누리는 일에는 어떤 계층·성별·세대·지역의 차이도 의미를 잃는다. 민주화를 이룬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 (이익) 집단 간의 심화된 갈등이 파생시킨 공격적인 배타성과 수많은 불행의 겹들에는 문화가 없다. 문화·예술에는 함께 공감하고, 나누고, 공유할 마음과 정신의 다양한 가치들이 가득하다. 게다가 세계 문화를 누리며 사는 삶은 우리로 하여금 지구촌 누구와도 넉넉한 마음으로 교통하고, 어떤 가치도 함께 나누고 귀하게 키워낼 수 있게 한다.

경제·정치·전쟁이 갈라놓은 지구에 다른 이들의 삶과 문화에 귀 기울이고, 지켜보고, 또 우리 문화로 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선진국민이 아니라 성숙한 세계시민이 될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이 벌어들이는 재화나 국위선양도 자랑스럽지만, 그들이 음악과 쌍방향 의사소통으로 품고 있는, 세계인들과 함께 만들어 낸 문화가 더 자랑스럽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는 것이며, 이는 '높은 문화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이런 나라는 어떤 민족이라도 그들이 공유하고 지켜온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존중·배려하며 함께 행복하게 사는 성숙한 나라일 것이다.

수많은 전쟁과 식민지배, 가난의 역사 속에서 우리의 자존감을 지켜준 것은 우리 문화의 힘이었다. 우리가 지켜낸 예술적 전통과 공동체 문화를 경험한 외국인들은 망설임 없이 대한민국과 한국인을 존경한다고 얘기한다. 이렇듯 문화는 우리를 존중·존경받게 한다. 정치·경제·군사 등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세계 평화는 지구촌이 폭넓게 공유하는 문화로 지켜진다고 믿는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의 국민이 만들어 낼 높은 문화의 힘일 것이다.
 
세계시민이 사랑하는 우리 문화는 한국인과 공동체가 지키고 꽃 피운 사람의 가치다. 한류는 한국문화가 세계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을 길을 열어줬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한류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류 동호인은 1억56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한류 팬들은 우리 문화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즐기며, 나아가 인종·국경·계층을 초월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전 세계 대중은 한국문화를 매개로 소통·공감하며, 글로벌 문화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쌓인다. 이를 실현하는 일이 문화외교다. 정부는 세계 160여 개 재외공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사정에 맞는 다양한 문화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각국 대중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이들이 우리 문화의 가치를 폭넓게 이해하고, 한국에 대한 호감을 키우도록 했다.

한류 팬의 3배수가 넘을, 그들의 가족과 친구들이 당장 한국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그들과 다른 세계시민을 매료시킬 문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전 세계가 어느 때보다 우리 문화에 주목하는 지금, 새 정부가 시의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문화외교를 더욱 강화해 이 모멘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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