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대한민국 특산품 'K반도체'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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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입력 2022-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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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도 이천의 특산품입니다!”

위 대사로 유명한 SK하이닉스 광고는 2019년 공개 당시 현대인이 기술과 노력을 들여 만든 첨단 제품도 ‘특산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유도했다.

지난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반도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이것(반도체)은 인프라(This is infrastructure)”라고 강조했고 그 발언은 파급효과가 상당했다.

지난 1년간 미국 기업인 인텔은 사업 확장을 위해 광폭행보를 보였고, 미국과 독일 등지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연달아 발표했다. 인텔과 글로벌 반도체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삼성전자 역시 같은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170억 달러(약 20조8000억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 반도체 신규 투자가 집중된 이와 같은 일련의 흐름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분출 효과(펜트업)로 인해 전 세계에서 전반적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당시 다양한 산업군이 반도체 부족을 호소했지만 거대 공급망을 보유한 자동차 업계에서 특히 타격이 컸다. 반도체 칩 부족으로 완성차 공장이 멈추고, 완성차 공급망에 있는 모든 제품의 수요가 줄면서 산업계 전반이 침체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반도체가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산업계의 근간이 되는 ‘인프라’라는 점을 깨닫고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반도체는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 들어갈 정도로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다. 따라서 인프라 외에도 반도체를 표현하는 단어로 쌀, 석유 등 인류에 꼭 필요한 것들이 언급된다. ‘자원빈국’으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반도체는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자원인 셈이다.

한국은 이 자원의 생산량 측면에서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한 국가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중 16.5%가 한국 기업에서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강점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로 범위를 좁히면 이 비율은 56.9%로 늘어난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석유·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처럼 외교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럼에도 한국은 그간 석유·천연가스 자원이 없다고 한탄하면서도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반도체라는 자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최근에서야 반도체 부족 현상이 산업계를 강타하고 삼성전자가 국민주에 등극하는 등 이슈가 겹치며 반도체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전환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반도체 초강대국’을 실현하기 위해 인재 육성, 규제 해소, 투자 유치 등 대대적인 부양책 마련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신·증설 촉진을 위해 예산을 지원하고 팹리스(설계 전문) 기업이 성장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등 반도체 분야 내에서도 구체적인 지향점을 제시했다.

윤 당선인은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인사를 통해 반도체 초강대국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윤 당선인이 주창하는 반도체 초강대국이 구호에 그치지 않고 현실화하려면, 이와 같은 지원책이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한 빨리 구체화를 통해 명문화돼야 한다.

반도체가 대한민국의 특산품으로 발돋움해 석유·천연가스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내길 기대한다.
 

산업부 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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